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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두리> 과월호 다시보기/9호 - 2016년 3월

[맛두리 로드] 무난 / 독특 소개팅 코스

“3월에 커플이 되지 않으면 그 해는 솔로일 것이다”

이 말이 진지하게 와 닿는 그대에게 '무난 / 독특' 두 가지의 데이트 코스를 추천해본다. 사랑은 행동하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망설이지 말기를.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신촌에서 소개팅을 하고 있다!

김대은 기자 wing92wing@yonsei.ac.kr

이린 기자 springoflife@yonsei.ac.kr

정구원 기자 znetcom@yonsei.ac.kr

김다정 기자 dajeongk1992@gmail.com


1. 무난 코스


1) 헌치브라운


여 : 초코를 좋아한다면 누구라도 마음에 들어할 곳. 초코 음료가 정말 진하고 맛있다. 조용한 클래식이 흐르고, 사람도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대화를 즐기기 좋다. 정 대화의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때면 초코를 홀짝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다만, 밥을 먹기 전에 간다면 더부룩할 수도 있다. 이럴 땐 초코보다 차 종류를 추천. 차 종류도 티백이 아니라 찻잎을 우려내는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괜찮다.


남 : 왠지 '초콜릿'이라고 하면 싫어할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느낌. 그 느낌에 좋은 분위기까지 더 해본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깔리는 조용한 실내는 대화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단둘이 앉아서 대화하기에는 창가 쪽에 자리나 구석에 있는 4인용 테이블이 좋아 보인다. 만약 식사하기 전 배가 허락한다면, 음료 대신 간단한 초콜릿 케이크를 애피타이저 삼아도 좋을 것이다. 딱히 이곳을 싫어할 여자는 없을 것 같다는 무난한 카페! 물론 어디까지나 수많은 남자 중 한 사람으로서의 생각이다.



2) 팀 1994


여 : 조명이 어두운 편이라 분위기가 좋다. 음악이 시끄럽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남녀가 조용히 이야기하기에 안성맞춤. 메뉴가 전체적으로 예쁘게 먹기 좋을 만한 음식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다만 음식이 싸다고는 할 수 없다…. 소개팅 자리에서는 음식을 남기기 마련이란 걸 생각하면 더더욱. 요리의 맛은 무난한 편이다. 그런 걸 다 제쳐놓고, 분위기만 고려한다면 소개팅하기에 무척 좋은 장소. 다만, 화장실은 별로다. 너무 좁아서 불편하다. 화장을 고치는 건 다른 손님에게 폐가 될 것 같다.


남 : '소개팅'하면 왠지 당연히 '파스타'를 먹어야 할 당신에게 추천한다. 신촌에 다른 파스타 가게들도 많지만, 그중 이 곳의 장점을 꼽으라면, 그 이유는 바로 분위기다. 정말 고급 레스토랑 느낌이 나기 때문. 하지만 가격은 한 메뉴 당 평균 만 원 안팎이다. 밥은 왠지 남자인 내가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학관의 고를샘의 파스타 가격보다는 비싸겠지만 가격 외의 다른 부분에서는 나름 안정적인 첫 식사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3) 포토제닉


여 : 맛있는 편인 맥주와 차분한 분위기가 함께하는 곳. 맥주가 주 메뉴이기 때문에, 맥주를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겠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익숙한 음악이 많이 나온다.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을 듯. 그 외에는 무척 무난한 곳이다. 


남 : 뭔가 술을 마셔도 좋겠다는 확신이 섰다면, 괜찮은 술집을 찾게 될 당신. 상대방이 소주를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기에, 다양한 맥주와 칵테일을 파는 곳이 안전할 것이다. 지하에 위치 하지만 복층 구조의 이곳은 신기하게도 무언가 넓어 보이는 장소다. 팝송을 좋아하는 파트너라면 충분히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아, 혹시 이 곡 아세요?'라고 물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되니, 각자 하나씩 칵테일을 시켜 대화를 안주 삼아 관계의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어보자.


2. 독특 코스




1) 머노까머나


여 : 쾌적하고 조용하다. 인테리어도 적당히 이국적이면서 적당히 깔끔하다. 익숙하지 않은 메뉴 이름 때문에 무엇을 시켜야 할 지 모르겠다면 1인당 15000원 하는 SET B를 추천한다. 샐러드부터 시작해 탄두리 치킨, 카레, 밥과 난, 그리고 라 씨까지 즐길 수 있다. 물론 맛도 좋다. 탄두리 치킨은 부드럽고, 시금치 카레도 부담 없이 고소하다. 화장실 조명이 노랗고 어두운 핀 조명인 것은 약간의 마이너스 요소지만 화장을 고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게다가 인도를 주제로 다양한 대화가 가능하니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팁이 있다면 햇빛이 드는 시간에 만났을 경우 창을 마주하고 앉는 것. 빛이 예쁘게 들어 얼굴을 화사해 보이게 만든다. 


남 : 소개팅 상대와 인도 요리를 먹는다는 건 나름 도전적인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만약 두 사람 모두 색다른 것을 좋아한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게다가 <머노까머나.의 분위기는 지나치게 화려한 경우가 많은 여타 인도 음식점과는 달리 차분한 인테리어와 적당한 볼륨의 배경음악이 갖춰져 있다. 대화하면서 식사하기에는 딱 적절한 분위기이다. '인도 요리'라는 소재 하나만 가지고도 대화할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단, 섣부르게 지나친 아는 척을 하면서 상대의 정나미를 떨어뜨리는 실수는 범하지 말도록 하자.



2) 고양이 다락방


여 : 소개팅에서 무슨 고양이 카페야?’라는 선입견만 타파할 수 있다면 예상외로 좋은 코스. 대화가 끊길 때마다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어색함을 덜 수 있다. 또, 동물과 관련한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물론 일반 카페보다는 가격대가 조금 높다. 입장료 8천 원을 내면 음료를 하나고를 수 있다. 선택지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지만 가장 기본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정도였다. 실패하기 싫다면 아메리카노를 시키도록. 화장실 조명도 밝은 백열등으로 화장 고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참고로,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좌식 카페인데 나의 경우 발이 아픈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다. 다만 너무 편안한 분위기로 살짝 노곤노곤해질 수 있다.


남 : 상대방과 자신 모두 고양이에게 거부감이 없다면, 그리고 "고양이 카페 가보지 않을래요?"라는 한마디를 던질 용기가 있다면, <고양이다락방>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귀여운 고양이가 돌아다니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야기하는 건 생각보다 빠르게 소개팅 상대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혹시 좌식 자리에 앉게 된다면 카페에서 제공하는 담요를 하나 챙겨서 다리 위에 깔아두는 것을 추천한다. 고양이들이 담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당신의 무릎 위에 앉으면, 그것 자체만으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길 수 있으니. 다만 음료의 퀄리티는 크게 기대하지 말 것.



3) 이자카야 잔


여 : 어떤 메뉴를 고르든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이자카야! '고로케'도, '가라아게'도, 심지어 기본으로 제공되는 양갱도 맛있다. 또, 메뉴가 흔하지 않아서 어떤 것을 시도해볼지 고민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추천 메뉴는 '모찌리도후'. 설명하기 힘든 맛의 안주인데 아기 궁둥이 같이 포동포동한 비주얼에 독특한 식감까지 겸비했다. 술은 사케, 소주토닉, 맥주 등으로 다양하다. 겨울에는 온잔을 시켜 따듯하게 마시면 분위기 업. 그러나 화장실 조명과 거울이 큰 마이너스 요소다. 거울에 얼굴이 선명하게 비치지 않아 도저히 화장을 고칠 수가 없다. 그러니 별 수 있나. 소개팅 상대가 술을 많이 마셔 자체 뽀샤시 필터를 장착하길 기대하자.


남 : 정석적인 이자카야라기보단 '사케도 파는 술집'에 가까운 인상의 <이자카야 잔>. 하지만 안주의 퀄리티는 그런 점 따위 신경쓰지 않아도 될 만큼 수준 높다. 대표 안주인 '모찌리도후'는 물론, '연어구이'나 '타코가라아게' 등 다른 안주들도 훌륭하다. 상대에게 굳이 술을 권하지 않더라도, 맛있는 안주가 있다는 이야기로 소개팅 마지막 순서를 정하면 괜찮지 않을까? 물론 따뜻한 사케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