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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두리> 과월호 다시보기/13호 - 2016년 9월

[기획] 진짜 군대 - 군대에서 사람이 어떻게 바뀌는가?

<진짜 사나이> 등 여러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군대를 재조명하기 시작하면서 군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늠름하고 씩씩하고 잘 노는 군인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이 군대를 미화하는 동안에 수많은 청년은 직접 군대에 가서 그곳에서 가치관과 행동을 주입받고 살아간다. 그들이 경험하는 것은 텔레비전 속 포장되고 '예능화’된 군대와 질적으로 다르다. 군대를 경험한 이들을 인터뷰하여 그 경험이 어떻게 그들을 바꿨는지 물어보았다.
면담자: 장교 출신 A씨, 공군 병 출신 B씨, 육군 병 출신 C씨, 육군 헌병 출신 D씨.

 

 

 

군대에서는 무엇이 중헌가요?

군대를 다녀온 이(이하 당사자)들은 군대가 전시상황을 가정한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전제하에 개인에 대한 규율과 통제가 정당화되며 상명하복을 통해 효율성을 꾀한다는 것이다. 군대는 조직 중심, 위계 중심, 그리고 일 중심인 사회를 구축하고 있었다.

공군에서 2년 군 생활을 한 B씨는 군대의 문화를 조직 문화와 위계 문화로 나누었다. B씨에 의하면 조직 문화는 “한 사람의 행동이 조직 전체에 지장을 주지 않게 적절히 개인의 행동에 제약을 두는 것”이며, “개인의 사적인 일과 조직의 공적인 일이 충돌할 경우 조직의 일이 개인의 일보다 당연히 우선한다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위계 문화는 “군대가 계급 사회임을 말하는데, 계급에 따라 사람들이 하는 일에 차별을 두는 것이 자연스럽고, 의사결정을 할 때 위계 문화가 두드러지는데 토론과 다수결보다 최고 계급자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장교로 복무한 A씨는 군대의 문화를 “계급, 명령 준수”를 강조하는 문화라고 했다.

 

“그렇게 2년을 지내다 보면 위계 문화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보다 위계  문화에서 잘 살아남는 처세술에 관심을 두게 됩니다. 내가 한 행동의 옳고 그름보다 내가 한 행동이 나에게 이득을 줄지 여부에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한 사례가 있는데, 생활관 청소구역 때문에 분쟁이 있었습니다. 같은 생활관에 지내던 전대 한 곳이 이사를 가면서 그 전대가 청소하던 구역을 이제 누가 맡을지에 대한 분쟁이었습니다. 당사자인 병사들끼리 이야기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은 골치 아픈 문제였는데, 해결책으로 내린 결론은 주임원사(부대의 부사관 대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쪽 주임원사가 상대 주임원사보다 기수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 공군 병 출신 B씨

 

육군 헌병 제대 D씨는 일 중독을 군대의 결과로 봤다. D씨는 “일을 잘 못 하면 내가 불편하다”며 그 이유를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D씨는 일에 대한 집착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최대한 쥐어짜는 걸 연습해서 지금도 끊임없이 뭔가 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인권을 억압받은 경험이 있나요?

당사자들은 군대에서 상급자의 기분에 따른 화풀이, 개인의 행동에 제약, 관습적인 부조리 등 다양한 억압의 경험이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위계 즉 상급자와 하급자 간의 관계 및 군기의 유지를 통해 정당화됐다.

 

B씨는 인권을 직접 억압하는 경험은 없었지만, 눈치를 많아 봤다고 했다. “상급자가 기분이 안 좋으면… 사소한 일로 꼬투리 잡아 혼낼 때도” 있었고, “상관이 기분대로 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답했다. B씨는 계급과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도 계급을 앞세워 하급자를 “요리”할 수 있는 방식이 많은 점을 부조리의 원인으로 꼽았다.

 

D씨는 개인행동에 대한 불법적인 제한부터 물리적 폭력까지 다양한 경험이 있었다. PX(군대 내 매점)는 일병 2개월 이상(일병이 된 지 3개월 이상 즉 군 생활이 5개월이 지나간 경우) 갈 수 있었고, 일병 2개월 밑(군 생활이 8개월 지나간 경우)으로는 “아침, 점심 저녁 식당청소, 밥 오기 전에 생활관 청소, 부대 환경정리” 등 깨인 순간 내내 일이 부여됐다. D씨는 “쓰러지면 잠만 잤다”며 이외에 개인에 대한 부당한 제약으로 “식탁을 왼쪽으로 닦아야 하고, 오른쪽으로 닦으면 안 되는” 경우를 들었고 “연대가 그것도 못하냐”는 등 다양한 욕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제일 심한 것은 엎드려뻗쳐 한 다음에 얼굴을 찼다. 무서웠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인간성의 추락을 적나라하게 느꼈다.”라고 했다.

 

“제가 소속된 부대는 행정병 부대이다 보니 각 개인이 업무를 마치는 시간에 따라 샤워하는 시간이 서로 다릅니다. 이로 인해 저는 업무가 모두 끝나 내무실로 퇴근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임들이 야간업무를 마치는 새벽 1시까지 잠도 자지 못하고 샤워를 위해 선임들을 기다려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통들은 모두 이등병을 자살이나 부대 내의 위험한 요소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정당화되었습니다. “

- 육군 병 출신 C씨

 

 

군대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요?

당사자들은 대부분 군대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혐오 발언이 자유롭게 남발하는 상황에서부터 직접 성적 대상화 하는 상황이 많았음을 증언했다.

공군을 제대한 B씨는 생활관에서 여성 혐오 발언이 발생하는 와중에 이에 대한 반발이 없었다고 했다. B씨는 여성 혐오 발언이 발생하는 와중에 “심각하게 불쾌해하는 사람도 없었던 것 같다. 그냥 그렇구나 허허허 하고 넘어갔다”라고 했다.

 

“이런 말로 표현합니다 “먹고 싶다” “*나 맛있겠다”. 저는 연애경험 없는데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제대 후) 여자친구 처음 사귀었는데 (군대에서 여자는 성관계에 대해) 싫어한다고 하는데 좋아한다고 한다든지, 여자도 그런 거(성관계 등) 좋아한다 그런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 육군 헌병 출신 D씨

 

육군 병사였던 C씨는 군대에서 여성을 인격적 존재가 아닌 도구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C씨는 “여성에 대해서는 인격적 존재가 아닌 단지 군인들이 가지고 있는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대상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라고 했다. 또한, 부대원들이 “(성)경험 후기를 다른 동료들에게 적나라하게 이야기해 주기도” 했으며 “부대 내의 여성 간부들이나 면회 오는 부대원들의 여성지인들, TV에 나오는 여성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외모 또는 몸매 품평회를 하거나 잠자리 스타일까지 예상하기도” 했다고 했다.


군대는 사회와 달라야 하나요?

당사자들은 대부분 군대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특수한 조직으로 보고 있었고 사회와 어느 정도 달라야 하지만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을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장교로 복무한 A씨는 “군대문화는 필요성에 의해 형성되어 명령복종, 계급 등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사회에서의 각종 문제 해결에는 토론과 합의를 통한 보다 나은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라고 사회와 군대의 선을 그었다. 

육군 헌병으로 복무한 D씨는 “군대식 질서가 학교나 사회에서도 많이 보인다”며 군대 문화가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D씨는 군대는 효율성과 편리성을 추구하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폭력과 공포에 의존한다”며 사회에서 군대의 좋은 점은 취하고 단점은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조직도 결국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곳이므로 군대 역시 사회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군대에는 부족한 학교나 사회의 장점을 군대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공군 병 출신 B씨

 

육군으로 복무한 C씨는 대한민국이 “분명히 언제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준전시국” 상태이기 때문에 군대에서 “학교, 사회와는 다른 규율과 문화가 어느 정도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개인이 어떻게 변했나요?
당사자들은 군대에 따른 개인적인 변화를 자신감, 일 중심화, 조직 생활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찾기, 정리정돈 능력 향상 등으로 꼽았다.

B씨는 “개별행동을 남용할 때 조직 사람들이 느끼는 피로감에 좀 더 민감해” 졌으며 “다른 한 편으로는 조직과 개인의 이득이 충돌할 때 개인의 입장을 공감하는 능력은 떨어진 것 같다”라고 했다. B씨는 이의 사례로 친구들과 같이 사는 자취방에서 금전적인 부족함이 있는 친구가 있을 때 예전 같으면 공감하고 부담을 공유했겠지만, 복학 후 조직의 관점에서 용납하지 않았다고 했다.

 

“군대 문화는 필요성에 의해 형성되어 명령복종, 계급 등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사회에서의 각종 문제 해결에는 토론과 합의를 통한 보다 나은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현재는 군대에서 배운 사회화 및 가치를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요구하는 문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장교 출신 A씨
 
D씨는 조직 생활과 위계적인 생활이 대학생활을 잘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D씨는 “윗사람을 대하는 경험이 축적되니까 단체생활에서 내가 해야 되는 포지션을 알겠다.”라며 “단체에 부대끼는 경험을 많이 하니까 사람 간의 갈등 조정이 능숙해지고 엄청 활발해” 졌다고 했다. 동시에 D씨는 힘든 경험을 이겨내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C씨는 제대 후 “군대에서의 계급에 따른 상하서열 관계가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라서 그대로 적용되는 모습도 나타났다”라며 개인적인 변화를 전했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과 식사 시 물컵을 챙기는 등 민첩한 행동이 나타났고 “동생들에게 조언을 해줄 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는 딱딱하게 나의 시각만을 강조하면서 말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한 학기 동안의 공부 계획을 체계적으로 짜는 버릇도 생기게 되었다”라고 했다.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는 중에 사람이 바뀌는 문제는 절대 가볍지 않다. 한 개인의 내면 변화로부터 시작하여 사회의 문화가 바뀌기 때문이다. 한 당사자의 말대로 “원래 그런 곳이지”라며 관성으로 정당화되던 문화들이 이제는 밝혀지고 논의되어야 한다.

 

홍찬 기자
hongsterulz@gmail.com
이린 기자
springoflif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