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데, 어떤 강의에 내 학구열을 불태워야 할까? 그런 당신을 위해서 <연세두리>에서 준비했습니다. 졸업 전 꼭 들어봐야 할 보람찬 강의!
#1. 지구촌 시대의 문화인류학
지구촌 시대의 문화인류학(김현미 교수, 이하 ‘지시문’)은 지구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강의이다. 내가 들었던 강의에서는 ‘글로벌 브랜드’, ‘관광 소비의 이면’, ‘한국의 이주민’ 등에 대해 배웠다.
지구촌 시대에 살다
‘지시문’은 지구화가 가져온 거시적 경제·정치 구조의 변동과 그 변동 속에서 우리 삶과 더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들을 다룬다.
▲우리는 어떤 관광을 추구해야 하는가? 우리가 떠나는 관광이 문화를 획일화하고 현지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지는 않은가? ▲민족국가의 개념이 흐려지는 지구촌 시대에서 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한국은 증가하는 이주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등과 같은 질문이 강의의 주제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모든 주제에서 문화 ‘주체’로서의 개인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주민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연결자이자 문화 운반자로, 지구화 속 개인을 한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의미를 형성하는 주체로 본 점이 흥미로웠다.
다이나믹한 수업시간!
특히 이 강의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수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한국의 이주자 문제에 대해 배울 때는 조선족 강사분을 초빙하기도 했고, 안산 다문화마을과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직접 답사를 가기도 했다. 관광산업에 대한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해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다. ‘지시문’ 수업 시간은 내가 들었던 강의 중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문화인류학과 학생이 대부분이라서 그런지 수업태도가 적극적인 학생도 많았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수용되는 분위기였다. 교수님께서도 가끔 연기 아닌 연기를 하시는 등 쾌활하게 강의하셨다.
이주민의 실재와 마주한 답사
한국의 이주민과 관련한 수업으로 인천 차이나타운과 안산 다문화 마을로 답사를 갔다. 차이나타운에서는 한국의 이주민 문화 수용 방식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그곳에서 중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실은 한국의 고정된 프레임으로 중국문화를 재해석한 공간에 그치는 것 같았다. 화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건물에 중국 하면 떠오르는 ‘짜장면’ 박물관을 짓고 한국의 짜장면 변천사를 전시해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안산 다문화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시는 정혜실 선생님께 한국에서 다문화 행사를 열 때 기획 단계부터 이주자들과 함께 꾸려나가는 경우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도 문화 운반 주체들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 정책의 하나로, ‘한국’의 관점으로만 타문화를 수용하려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지시문’은 문화인류학과 전공필수 과목이라 사실 타과생이 수강신청을 하기 조금 힘들 수 있지만, 수강신청에 성공할 수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덧붙이자면, 내가 이 강의를 들었을 때는 중간·기말 시험이 없었다! 그래서 서평, 조모임, 답사같이 여러 가지를 해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서수민 기자
garaming101@yonsei.ac.kr
#2. 현대미국희곡
현대미국희곡(우미성 교수)은 20세기의 대표적인 미국 희곡작품을 읽고 이해하는 수업이다. 학생들은 강의를 통해 작가들의 삶과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공부하고, 그들의 사상과 감성이 작품 속에 어떻게 녹아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다루는 작품은 총 7개로 유진 오닐의 느릅나무 밑의 욕망,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등이 있다.
희곡, 그 미완의 美
이 수업의 특색은 바로 일반적인 문학수업에서 다루는 시, 소설과는 다른 ‘희곡’이라는 장르를 다룬다는 점이다. 우미성 교수님은 희곡이 연극을 위한 대본이라는 점에서 희곡을 “미완의 장르”라고 표현한다. 우리 독자들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작품 속 배경이 어떠한지, 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할지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대사 형태로 이루어진 희곡 작품은 이를 넘어서서 어떤 배우가 어느 배역을 맡는 것이 좋을지, 이 장면에서는 어떤 연기를 펼쳐야 하고, 또 어떤 연출이 어울릴지 더 광범위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미완의 장르인 희곡은 연극무대로 올라가면서 그 진면목을 보여준다. 특정 사회가 낳은 작가, 그리고 그 작가가 사회를 반영하여 만든 희곡 작품, 그 작품은 다시 무대로 올라가고 대중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과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학생들은 작품과 실제 공연된 연극무대를 보며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어떠한지 깨달아 가게 되는데, 개인과 사회를 반영하는 이 문학의 역할이, 문학으로 하여금 삶의 등대 역할은 물론 인문학의 기본, 다른 학문의 기본이 되게 한다고 우미성 교수님은 설명한다.
“제 수업을 통해 학생분들이 일상에서 쉽게 느끼지 못하는 감성과 정서를 경험했으면 합니다. 깊이 있고 다양한 감성적 경험을 한 사람들은 통찰력과 자기만의 주관을 지닌 성숙하고 매력 있는 인간의 기초를 마련하게 되고 그 토대 위에서 인생의 어떤 프로젝트나 경험을 감행해도 무난히 돌파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작가뿐 아니라 작품 속 주인공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을 접할 수 있다. 막연한 미래를 앞에 두고 끊임없이 좌절하고 자책하는 우리 대학생들. 우리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토익점수나 자격증이 아니라 삶의 질곡을 느끼게 해주는 문학이 아닐까.
아름다운 교수님, 아름다운 목소리
우미성 교수님은 아름다우시고 또 아름다우시다. 짙은 마스카라와 블랙 스카프, 긴 검정 머리와 검정 부츠. 교수님의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교수님의 패션감각 역시 남다르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실 교수님의 목소리이다. 명랑하시면서도 깊이 있는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할 뿐 아니라 신뢰감과 안정감을 준다. 또 출석할 때 다른 교수님들이 이름 석 자를 딱딱하게 부르는 것과는 달리 우미성 교수님은 “OO씨”를 붙여 불러주신다. 그리고 호명 당한 학생이 대답하면 거기에 “네↘에↗~” 하고 답해주시며 출석을 통해 수업 시작부터 정다운 분위기를 자아내신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읽을 때도 교수님이 직접 목소리 연기를 하신다.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모든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하실 뿐 아니라 지시문에 '(냉소적으로)' 라고 돼 있으면 정말 냉소적으로 읽으신다. 교수님의 전공이 공연예술이라서 그럴까, 그만큼 대사 한 줄 한 줄에 열과 성을 다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채로운 발표
매주 작품에 대한 한두 팀의 조 발표가 있는데 이 발표 또한 매우 흥미롭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사를 골라 그 의미를 분석하는 발표가 있는가 하면, 자신들의 연극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거나 학생들 앞에서 직접 연기를 선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스탠딩코미디 형식을 빌려 마이크 하나를 들고 개그를 선보이는 발표,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발표 등등, 학생들의 끼와 열정을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시간도 있다.
아름다운 교수님과 학생들의 다채로운 발표, 그리고 교수님의 훌륭한 강의. 그 어느 하나 모자란 것이 없는 훌륭한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영문학과 전공 수업이라 영어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체의 대사는 크게 어렵지 않으며 또 유명한 작품이기에 번역본이 많다는 사실! 1~2시간이면 한 작품을 읽을 수 있으며 수업시간에 교수님과 함께 읽어도 충분하다. 수강생은 50명 정도이며 영문학과 여학생들이 많다는 장점 아닌 장점? 점수는 후하게 주시는 편이고 따라서 학생들 간의 점수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다.
권세현 수습기자
ksh9210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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