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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두리> 과월호 다시보기/9호 - 2016년 3월

[달콤한 나의 강의] 기계공학수학2 & 현대문화실습

#9. 기계공학수학2


(주의) 이 글은 철저히 공대생인 학우가 쓴 글로 난해한 용어와 개념이 다수 등장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산, 수학


대학교를 들어오면 수학을 다시 볼 일이 거의 없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대학 생활 내내 수학을 끼고 살아야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대생. 지금 소개하려 하는 기계공학수학은 기계공학과 학생들이 학부생활이 끝나고 2학년이 되었을 때 가장 처음 듣게 되며, 그만큼 공학에서 기초가 되는 수학을 배우게 된다. 그중에서도 ‘기계공학수학2’에서는 미분방정식, 라플라스 변환, 직교함수, 푸리에 급수에 관하여 배운다. 벌써 머리가 하얘 지기 시작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 수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먼저 미분방정식부터 시작하자. 미분도 어려운데, 미분방정식이라니. 고통받는 공대생이다. 세상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조건들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수학은 이 자그마한 수치 하나에도 꽤 민감하다. 그래서 어떤 것을 고려할 때, 여러 변수를 신경 써야만 한다. 그 변수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도구가 미분방정식이다. 그다음은 푸리에 급수와 직교 함수에 대한 것이다. 매우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독자분들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이 보이기 때문에 어서 행복해지실 수 있도록 쉽게 설명을 해드리겠다. 우리는 다들 고등학교 때 그래프를 많이 그렸다. x축, y축으로 된 직교좌표계를 가장 많이 썼는데 …(비전공자를 위한 중략)… 어떤 임의의 함수도 직교성을 가진 함수들의 선형 중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 뭐...뭔지는 모르지만 멋있다!


무엇을, 왜 배울까

 

우리가 항상 궁금한 것이 있다(궁금해 해주시길 바란다). 도대체 이걸 배워서 어느 곳에 쓰는가? 고등학교 때 수학을 배우면서 “왜 배워요?”라고 말하면, 수학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며, 효율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등의 대답을 듣게 된다. 하지만 고등수학이 믹스 커피라면 공학수학은 별다방 커피이다. 그 수준과 난이도, 그리고 그 실효성 역시 고등수학의 모든 면을 뛰어넘는다. 앞서 언급한 미분방정식을 예로 들자면, 미분방정식은 숨 쉬듯 느끼지 못할 뿐, 어디에나 있다. 날씨를 예측하는 것에서 온습도, 기압, 풍향, 풍속을 모두 고려하는 미분방정식을 통해 기상을 예측할 수 있다. 금리, 환율과 관련된 금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공학에서는 ‘특히’ 많이 쓰인다. 결국, 우리는 이 공학수학이라는 산을 넘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르르)


내가 수강한 ‘기계공학수학2’는 주철민 교수님께서 담당하셨다. 교수님의 강의는 배운 내용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확실히 알려 주었다. 미분방정식이 물리 체계에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푸리에 급수는 어느 분야에서 활용되는지 등. 교수님은 약간 '공대틱'한 유머를 시전하셨는데, “내 목소리가 듣기 싫으면 내 소리를 푸리에 급수로 나타내고 가장 기여도가 큰 주파수의 함수를 없애버리면 내 소리가 들리지 않아!” 같은 것이다. 만약 공학수학을 배우신 분들이라면 피식하겠지만, 다른 분들은 문화 충격에 빠지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 유머를 이해하기 위해 ‘기계공학수학2’ 과목을 수강해보는 것은 어떨지…?

 

오민제

(12 〮 기계공학부)



#10. 현대문화실습



한 번쯤은 불편해도 괜찮아 


수업이 어쩌고, 교수님이 저쩌고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건 힘든 일이다. 적어도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나는 자주 불편함을 느끼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술자리에서 당연한 듯이 던지는 농담이나 대충 만든 TV 프로그램이 던지는 메시지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것들이 불편하다고 말하면서 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친구들에게 대놓고 ‘나 이런 게 불편해!’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거, 세상 대충 편하게 좀 살자.’다.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불편함을 불편하다 말하지 못’ 한다. 


▲ 당신은 이 노래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듣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처럼 불편함이 컸던 사람이라면 잘 왔다. 현대문화실습은 당신 같은 사람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수업이다. 만약 불편함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당신도 잘 왔다. 살면서 한 번쯤은 불편해도 괜찮다. 



그래서, 현대문화실습이 뭐하는 수업이냐면


제목만 봐서는 감이 잘 안 오는 수업이다. 현대 문화의 무엇을 어떻게 실습한다는 것인가? 우선 여기서 말하는 ‘현대문화’란 현대의 대중문화에 가깝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에 대하여 아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보는 수업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방식은 토론과 글쓰기다. 텍스트를 읽어오면, 교수님께서 강의하며 토론을 진행하시고 그다음 스스로 그 텍스트를 적용할 수 있는 현대 문화를 찾아 분석 글을 써 오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 수업에서 우리는 대중문화 영역에서 어떤 것이 특정한 방식으로 ‘재현’되는가를 따져보고, 왜 그런 방식의 ‘재현’이 일어날까를 고민해본다. 그리고 그 재현이 만들어내는 ‘신화’를 각자 찾아보기도 한다. 한번은 JYP의 당시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안무의 포인트였던 ‘트워킹(엉덩이 흔들기)’을 보면서는 흑인을 끊임없이 본능적이고 짐승 같은 느낌으로 재현하면서 은근하게 야만성과 연결 짓는 현상을 말했고, 여성의 엉덩이를 드러내놓고 찬양하는 박진영에게서 현대 성 상품화의 어떤 단면을 발견했다. 어쩌다 보니 든 예가 여성과 관련한 것이었지만 주제가 이에 국한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교수님께서 다루는 주제는 신화와 이데올로기, 노동의 상품화, 시간과 공간의 재현 방식 등으로 다양하다.


이런 주제들을 토론하는 과정이나, 혼자서 과제를 하는 동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힘을 키우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시각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중문화에도 눈을 돌리게 된다. 당신은 분명 이전에 보던 것과는 다른 눈으로 TV를 보게 될 것이다. 


뱀 발: 교수님은 아이돌! 


고개를 살짝 내리며 짓는 수줍은 듯한 미소, 나긋나긋한 말투와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소년 같은 동글동글한 두상까지. 교수님께서 앞문으로 들어오실 때마다 작은 함성이 터지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나도 그랬다) 당신도 분명 교수님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을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수업의 한 장면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울었다고 교수님께선 말씀하셨다. 딱히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보다 훨씬 더 날카롭거나 의미 있는 다른 말씀도 수없이 하셨으나 왠지 모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때였다. <영자>.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소설의 제목이었다. ‘영자’는 문학동네 2014년 겨울호에 실린 단편으로, 글쓴이는 김훈이다. 노량진에서 고시공부를 하는 20대에 대한 구질구질한 글이었다. 당시 나는 이미 문학동네 겨울호를 읽은 상태였고, 교수님께서 콕 집어 ‘영자’를 말씀하셨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진짜로’ 이 시대의 청년세대에 관한 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님은 여전히 젊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올해 마흔이신 교수님께서 20대의 민낯을 보고 울어줄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위로가 되는 일이다. 


그러니 불편한 인간이 되면 좀 어때. 노량진 고시원에서 문드러지는 청춘을 그려낸 소설을 읽고 울었다고 말하는 교수님의 강의는 얼마나 달콤한가. 


김다정 수습기자 

dajeongk19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