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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두리> 과월호 다시보기/9호 - 2016년 3월

[식중진담] - 제 53대 총학생회 <Collabo>를 만나다!


눈 깜짝할 새 방학이 지나고 어느덧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2015년에 학생들이 경험했던 문제 중 대다수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수강신청, 국제캠퍼스 교통 문제, 재수강 등.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연세두리>는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3월, 새로운 총학생회 <Collabo>의 회장 박혜수(11 · 토목공학), 부회장 유상빈(12 · 간호학) 씨를 만나보았다.


 


두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맨 처음에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할게요. <Collabo>는 왜 이름이 <Collabo>인가요?

혜수: 저희 둘이 학생회 이름을 정할 때 조화와 화합, 그런 가치를 담았으면 했어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제가 학생회 활동을 오래 했어요. 2011년에 제48대 총학생회 <Yes, We can!>도 했었고. 이런 활동을 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배척하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갈린 사람들을 합쳐보고자 하는 그런 뜻이 있었어요. 또, 학교 내에서 비주류가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비주류의 문제는, 그분들이 소수자라는 이유로 공론화가 잘 안 되니까요. 이런 사람들이 공동체 내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쌓으려고 하고 있어요. 서로 싸우지 않고 정당하게 비판하며 화합할 때 진정한 변화가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두리: 비주류라고 하면 어떤 학생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혜수: 편입생이라든가, 장애 학생들, 그리고 외국인 학생들도 있죠. 특히 과거에 총동아리연합회 하면서 느낀 게 학생 사회에 비주류가 정말 많다는 거예요. 과나 반에서도 술 못 마시는 학생들이 비주류가 되기도 하죠. 화합이라고 하면, 사실 이런 뜻도 있어요. 학교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해요. 학생들이 학교를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이번 총장님께서도 그런 뜻이 굉장히 커요. 구성원이 존중받는 대학을 만든다고 하셨으니까. 일단 대립각을 세우고 싸우기 시작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힘들거든요. 정말 이것이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같이 가는 방향을 저희가 선택을 했어요. 그래서 이전까지는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는데 총장님이 직접 오셔서 저희 총학생회실도 둘러보시고 가셨어요. 격려의 말씀도 하시고. 그걸 보고 저는 실질적으로 어떨지 모르지만, 잘 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했을 때, 투쟁하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입증한다면, 꽤나 괜찮은 방법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의 바른 비판은 그쪽에서도 들어주니까요.


두리: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상빈: 저희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만났어요. 저는 간호대 학생회를 하고 있었거든요. 대학에서 많은 것을 해보고 싶었으니까. 그러면서 총학 TFT 등을 많이 참여했어요. 사석에서 몇 번 만나다가. 2013년에 연고전 기획단에서 기획단원으로 같이 일하고 같은 해에 에듀캠프 팀원으로 참가하고 다음 해에도 에듀캠프에서 만나게 됐고요, 이후에 술자리를 같이 가지고 하면서 친해졌어요. 중간에 낙선도 한 번 했었죠. 혜수 씨는 다음 연도에 총동아리연합회 회장을 하고, 저는 학점을 챙기고, 그러다가 이번에 같이 나오게 되었어요.

혜수: 신념이나 가치관 등이 맞는데 또 다른 부분도 있어서 서로 보완이 돼요. 가령 저는 술을 잘 못 마시는데 상빈 씨는 술을 좋아해요. 그래서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저는 자고 이 친구가 이제 총학생회의 본분을 다하고, 반대로 회의 같은 걸 하면 제가 좀 더 발언하죠. 많은 메이트를 만났지만, 그중 가장 편해요.


두리: 당선 직후에는 뭘 하셨나요?

혜수: 발표 직후에는 일단 피곤하니까 자고요. 그 다음 날부터 선거 확정 기간까지는 국장할 친구 등 전문가를 찾아다녔어요. 당장 있는 간식 행사 같은 걸 준비하고. 내부적으로는 이제 흔히 말하는 ‘케미’를 확인했죠. 일적으로 사적으로 잘 맞는지.

상빈: 학교 부처와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생협, 각종 기관들에게 인사 드리고. 평소에 알지도 못하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면 그분들도 기분이 별로니까 예의를 갖추는 거죠.


두리: 방학 때 바쁘셨겠어요.

혜수: 사실 총학은 방학이 제일 바빠요. 일을 많이 해놨는데 아직 타이밍이 안 돼서 공개 안 한 것도 많고요. 깜짝 방문해서 실차장 분들께 직접 인사를 드렸는데 이번 총학생회 되게 귀엽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RC쪽, 셔틀 관련된 문제도 많이 진행했어요. 과거에는 새터에서 총학이 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국제캠퍼스 관련해서 학생들 요구사항을 다 관철하려고 하다 보니 일이 많았어요.


두리: 총학생회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주요 공지를 띄우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어요.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확인하기 힘들다는 건데요,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으시나요?

혜수: 사실 저도 페이스북을 안 해요. 일단 카카오톡 옐로 아이디를 이용해서, 들어가 보시면 ‘홈’이라는 데가 있거든요, 거기에 공지하고 있고, 세연넷, 와잉, 에브리타임에도 홍보하고 있고요. 학생회관에 전자 게시판이 생겼는데, 이걸 총학 이름으로 얻어와서, 여기도 계속 공지를 내보내고 있어요.


두리: 국제캠퍼스의 벌점 제도가 이번에 바뀌었던데, 그 중 ‘관리자의 불시 또는 정기 점검 시 비협조적인 태도’에 벌점을 부과하던 것이 ‘관리자의 시설물 점검 시 비협조적인 태도’에 벌점을 부과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작년에 있었던 ‘기숙사 방 불시 점검 사건’과 관련이 있나요?

혜수: 제가 주변에 RA가 많아서 들은 게 많은데요, 그 전부터 문제가 많았어요. 문에 귀 대고 있다가 술 마시는 것 같으면 열어달라고 하고, 아니면 ‘죄송합니다’ 하고 닫고 나가고. RHC의 잘못이 아니라 행정실의 구조 자체가 문제인 거죠. 그래서 이제 RHC 존재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인권도 지키고 RHC의 역할도 존중하는 절충안을 마련한 거예요. ‘외박하면 벌점’ 이런 규정도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에 없애기로 한 거죠. 계속 놔두면 시범 케이스로 한두 명만 걸리는 불합리한 사례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당선되자마자 기숙사 운영팀장에게 강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서 얘기하다 보니 쉽사리 받아들여져서 당황했죠. 안되면 적극적인 행동을 불사하려 했는데(웃음).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국제캠퍼스에는 그런 일이 많아요. 안전에 크게 위험 요소가 없는 사항이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두리: 이제 16학번 신입생들의 국제캠퍼스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셔틀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혜수: 셔틀 문제는 수년 간의 문제죠. 그래서 해결하기 위한 근거는 다 있어요. 과거 총장님들은 셔틀이 늘어나면 국제캠퍼스의 문화가 신촌캠퍼스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신임 총장님은 네트워크, 연결 공동체 그런 걸 중요 하시는 분이라 캠퍼스 간의 연결을 고려하는 중이세요. 그러니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셔틀을 증차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달한 상황이에요. 만약 계속 결정을 안 내리시면 찾아가거나, 아니면 불편함을 직접 느껴보시게 하거나 해야겠죠. (웃음)


두리: 작년에는 소음으로 인한 주변 주민들과의 갈등도 국제캠퍼스의 문제 중 하나였어요. 이에 대한 재발 방지 방안이 있으신가요?

혜수: 일단은 캠페인을 한다든지, 시민 의식에 기대는 방안에 주로 의지하고 있어요. 제도적인 것도 생각해보고 있고요. 사실 축제를 하거나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주변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데, 일반적인 경우에는 이제 방안을 생각해 봐야죠.

상빈: 돌아다니면서 소음을 일으키는 학생은 음주를 한 상태인 경우가 많아요. 이제 음주문화가 바뀌고 있으니까 어떤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이전에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공대에 인사를 드리러 가면 정말 술을 마시고 시끄럽게 하고, 무조건 병샷을 해야 보내주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는데 정말 바뀌고 있다고 느껴요. 음주가무나 돌발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많이 배포했고, 자치규약도 많이 만들어졌어요. 점점 술자리에서의 강권과 성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차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많이 부드러워졌죠. 인사를 가면 물을 주는 단위도 늘었고, 반의반도 안주는 단위도 있고요.

혜수: 예전에는 사발에 술을 따라 줬었는데, 요즘에는 소주 한 잔 정도만 주셔서 감동적이에요. (웃음)


두리: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이하 대숲)’에 한 신입생이 새터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글을 올렸던데, 총학생회에서는 대숲 페이지도 확인하나요?

혜수: 일단 재미있으니까 읽고요. 보면서 요즘에는 여러 이슈가 있다는 걸 느껴요. 새터비라든지, 음주 문화 같은 것. 보고 나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이야기를 나눠요. 그러다 보면 ‘이거 우리 단과대 이야기 같은데 신경 쓰지 못해서 미안하다’ 같은 말이 나오기도 하고. 사실 단과대의 문제는 중앙에서 뭔가 조치를 취하는 게 자치 문화를 통제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주로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해요. 예전에는 이런 과나 반 공동체의 문제에 관해 말할 곳이 없었는데, 이제는 익명으로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니 참 좋은 것 같아요. 가끔 저희에 대한 칭찬도 올라와서 잘 읽고 있습니다.

두리: 얼마 전에 보니까 ‘총학생회장님 너무 잘 생겼어요, 여자친구 있으신가요?’ 이런 글이 올라왔더라고요.

상빈: 그건 본인이 술 먹고 올린 것 같아요. (웃음)


두리: 며칠 전이 수강신청이었어요. 그런데 ‘담은 인원 수 보기’가 없어졌더라고요. 왜 없어졌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던데, 혹시 그 이유를 아시나요?

혜수: 마일리지 제도 자체가 굳이 희망과목에 강의를 담을 필요가 없으니, ‘담은 인원 수 보기’가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런 혼란을 막고자 학사지원팀에서 없애버린 것 같아요. 작년 9~10월 초에 결정된 사항인데 이게 학생들한테는 제대로 전달이 안 된 모양이더라고요.


두리: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주된 불만이 마일리지를 얼마나 배당할지를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고 눈치싸움이 너무 심하다는 거예요.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요?

혜수: 1학기에 마일리지로 수강신청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처음 신청하는 과목이 많아요. 마일리지 제도는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좋은데 아직은 데이터가 너무 부족해요. 그러니 이 문제는 해가 갈수록 해결될 것 같아요. 모의 수강신청을 제대로 하면 이것도 하나의 빅데이터가 되는데, 다들 참여를 잘 안 하죠. 2학기 수강신청은 작년과 비슷하게 갈 테니, 작년의 데이터를 반영해 수강과목을 더 개설할 거예요.


두리: 수강신청 개선 방안 중에 복수 전공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전공 필수 강의 등의 전공자 우선 제도를 완화하겠다는 방안이 있었어요. 이렇게 하면 해당 단과대 주전공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혜수: 사실 이건 가치 판단의 문제죠. 전공 필수 과목들은 마일리지 맥스를 넣어도 전공의 장벽으로 막혀서 문제가 많잖아요. 경영학과, 경제학과 같은 경우에 복수전공생이 많잖아요, 그러면 이제 분반을 따로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경쟁이 치열한 과목은 티오를 늘리는 게 맞고요. 총학에서 독단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없고, 단과대 상황에 맞게 요구가 있을 때 그런 걸 하는데요. 마일리지 제도의 장점이자 단점이 전공별로 너무 구분해버려서 문제가 되니까 그런 방편으로 맥스 마일리지도 나오고 하는 데, 과 중심적으로 가면 타과생이 피해 보고, 타과에 열면 자과 피해를 보고, 어느 것에 중심을 둬야 하는지 모르겠죠. 파이를 나눠주면 피해는 발생할 수밖에 없죠.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가치 판단의 문제고요.


두리: <Collabo>의 주요 공약 중의 하나가 ‘학생 복지 위원회 설립’이에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혜수: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지금 과부하 되어 있어요. 중앙에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민주적이다, 풀뿌리다’ 해도 총학이 결국 모든 걸 다 담당하죠. 결정권 등도 모두 총학에 있고, 견제기구도 없어요. 제가 지향하는 총학은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잘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총학에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멤버십 제도 등에 투자할 능력이 부족했고요. 만약 멤버십 제도가 총학이 바뀌어도 계속 이어졌으면 타 대학과 연계되면서 10배 이상의 아웃풋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고려대학교는 이런 역할이 다 분리되어서 총학 집행부 인원이 20명 정도거든요. 우리는 50명 가까이 돼요. 분리의 필요성이 있다는 거죠. 복지를 학생회의 공약이 아닌 학생을 위한 것으로 분리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두리: 주요 공약 중에 ‘재수강 제도 관련 토론회 진행’도 있는데, 학교에서 토론회 제의에 응해 줄까요?

혜수: 간담회와 토론회는 학교에서도 좋다고 했어요. 3, 4 월 중에 진행한다고 했는데, 날짜를 확실히 잡은 건 아니긴 해요. 하지만 의지는 분명히 있어요. ‘재수강을 제한을 폐지하자‘는 주장의 절충안을 제안하려고 해요. 과 요구 학점에 비례하는 재수강 횟수라든지, 가령, 총 이수학점에 10%가량으로 재수강 횟수를 조정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또 재수강 제한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수면 위로 올리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두리: 백양로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나 문제점을 감찰하는 ‘백양로 감찰단’ 사업도 공약 중의 하나였는데, 현재 구성 중인가요?

상빈: 1월 중운위 때 <백양로 공간구성 TFT>. <백양다방>, <백양난장판> 그리고 <장애인권위원회>와 함께 계속 이야기를 나눴어요. 스타벅스 파리바게트의 할인 문제라든지,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는 문제에 대해서요. 장애 학생들에 대해서는, 휠체어를 타고 가려면 지하 주차장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갈 수밖에 없으니 위험하고, 문이 무겁다는 문제가 있어요. 학교의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거죠. 이러한 의견을 모아 대외협력처에 전달했고, 논의를 진행하기 직전에 있어요.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공간구성위원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계속 요구를 해야 할 테고, 받아들여지면 처음의 약속을 어기는지, 지금의 약속을 지키는지를 지속해서 감찰할 거예요.


두리: 지금 가장 중요한 청년 의제라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혜수: 시기가 시기다 보니, 대학가에도 많은 바람이 불고 있어요. 일단 등록금, 사립 대학 재정, 민자 기숙사 문제라든지. 청년 고용 문제 이런 것들도 연대 학생들에게는 먼 얘기일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청년의 문제고요. 등록금 심의 위원회를 하면서 느낀 게 이런 정치적 문제와 관련해서 계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 타 대학과 연대하면서 발언도 많이 하고 그러고 있어요. 프라임 코어 사업에 대해서도 발언하고. 학생들이 놀라시더라고요. ‘어유, <Collabo>에서 이런 것도 하네!’ 이러면서.


두리: 위안부 졸속 협상 관련 시국선언도 하셨죠.

혜수: 그렇죠. 근데 이제 항상 저희의 가치 판단은 이거였어요. 총학생회 독단은 절대 안 된다. 나라에 정말 큰 문제가 터져도, 최소 중운위의 의결을 받고, 또 저희가 지금 노력하고 있는 게 정책투표제나, 여론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이런 기관들을 연구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만들어지면 거기서도 의견을 받을 수 있는 거고요. 그때도 중운위를 열고 ‘우리도 연대하자’, ‘가야지’, 이렇게 의견이 나와서 한 거고요. 근데 진짜 안타까운 게 이슈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한두 달 됐는 데 관심을 잃어서 아쉬워요.


두리: 저희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총학생회 공약 중에 ‘속마음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게 있었어요. 학생들의 불만을 익명으로 말해주면, 학생회가 직접 해결해준다는 공약이었는데요. 이 제도를 실제로 시행하면 학생회에 너무 많은 부담이 가지 않을까요?

혜수: 이 제도는 대숲에서 창안한 거예요.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는 것이 중요할 듯해요. 현재 팀을 구성하는 중이에요 아마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면 진행해서, 특히 이제 교수님들의 성희롱이나 정치관을 주입하는 발언 이런 게 있으면 총학생회에서 직접 나서서 사과하시라고 말씀도 드리고 그런 거죠. 그런 기반들이 다 있어요. 뭐 성폭력대책위도 있고 그런 기관들이 다 있으니까요, 그런 데 연결해드릴 수도 있고요. 왜냐하면, 학생들이 이렇게 직접 성폭력 대책위에 신고하기가 힘들어요. 부담되니까요. 그러니 총학생회가 그런 분들께 익명을 보장해드리면 문화 자체가 조금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들 말을 함부로 못 할 테니까요.

상빈: 많은 의견이 들어왔을 때 다 감당할 수 있느냐는 저희의 역량이죠. 다 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지금도 많이 들어오거든요. 페이스북 메시지는 실명제잖아요. 근데 무서워서인지, 부담감이 있어서인지 가계정을 파서 익명으로 제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경우에 메시지를 보내준 본인에게 물어보면서 해결했던 문제가 많고요. 대숲처럼 가볍게 장난식으로 ‘CC는 어떻게 하나요’ 막 이런 것보다는 도움이 필요할 때, 같이 짊어지고 가줄 사람이 필요할 때 이용해 주시면 좋겠어요.


두리: 자율경비 납부율이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활성화 방안이 있나요?

상빈: 연례적으로 구성되는 TFT 중의 하나가 자율경비 TFT이에요. 근데 이번 TFT가 다른 점이, 이전까지는 학생회비에 대해서만 독려했는데 이번에는 자율경비 전체를 다 다루기로 했어요. 그래서 자율경비 납부 TFT안에는 <연세지>, <연세춘추>, <연세 애널스>, <YBS>가 다 들어와 있어요. 이 TFT에서 홍보물을 굉장히 많이 만들었어요. 카드뉴스도 만들었고, 웹자보도 만들었고, 동영상도 만들었고. 다 똑같이 만드는 게 아니라 조금씩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또 시스템적으로도 많이 바꿨어요. 자율경비를 기간을 놓쳐서 내지 못하거나, 접속하기가 귀찮아서, 혹은 이게 뭔가 싶어서 내지 않는 학생들을 잡기 위해서요. 원래 네거티브 방식이라고 해서 처음 들어가면 체크박스가 다 비어있었는데, 이제는 다 채운 상태에서 뺄 수 있게 바뀌어있고요. 항목에 관해서도 설명이 한 줄로 되어있었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설명에 대해 상세보기 탭이 새로 들어가 있어요. 많게는 열 줄 적게는 여섯 줄에 대해서 모든 항목에 대해서 상세보기 탭이 생겼고, 영어로 번역도 해놨어요. 맨 처음에는 자율경비 선택 창을 지나치지 않으면 고지서를 출력할 수 없도록 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건 재무팀한테 강경하게 거절당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은 등록금을 받는 건데 너희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냐’ 이런 거죠. 어쩔 수 없이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많이 이해를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쪽으로 해왔고요. 시스템적으로 보완이 더 필요할 부분에 대해서는 2학기 때 더 많이 얘기를 해보자고 재무팀에서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런 얘기도 자율경비가 13년도에 선택사항으로 바뀐 이후 매년 총학생회가 계속 같은 얘기를 해왔대요. 여태까진 안 해주셨는데 이제 좀 도와주신 것도 저희가 계속 요구를 하고 이런 것도 있었지만, 총장님도 학생들의 자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저희 쪽에 연락이 와서 학생회비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어보셔서 말씀드리니까 그 정도야 충분히 해주실 수 있는 것 같다고 하셨거든요. 2학기 때는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얘길 해봐야 할 것 같고요.


두리: 지난 선거에 대해 질문 드릴게요. 사실 지난 선거는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였는데요. 중앙선관위원장의 행보라든지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진상 규명에 대해 노력을 하신 적이 있나요?

혜수: 사실 저희도 할 말이 정말 많아요. 하지만 지금 총학생회가 지난 선거의 선본이었으니까, 여기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어떤 의견을 낸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제가 바랐던 것은 작년 중선관위, 중운위에서 그런 노력을 해주시길 바랐죠. 그래서 선거 끝나고 뭐 된 거 있냐고 물으니까 중운위에서 ‘진상 규명 위원회’인가 해서 활동을 하실 거라고 말해 주셨어요. 그런데 중운위원들도 사람이다 보니, 작년에 그런 분열이 생겨나면서 다들 질려버린 거죠. 그다음으로 이 사안을 진행할 수 있는 단체가 언론출판협의회(이하 언협)이었는데, 언협에서도 거절을 당했고. 결국, 해소되지 않은 것들이 정말 많아요. 이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들에 대해서도 어떤 재판이 있어야 할 테고요. 재작년에 문과대학 선거에서도 투표함이 부서지는 그런 일들이 있었잖아요. 그때도 결국 용의자만 밝혀지고 진상은 끝내 드러나지 않았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올해도 만약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저희가 어떻게든 수면 위로 끌어올려서 밝혀야겠죠. 중선관위가 학생들을 참 기만하는 것 같은 게, ‘저희가 이렇게 이렇게 해서 밝히겠습니다’라고 공지를 해놓고는, 아무것도 없이 해소되고 다 흩어져 버리잖아요. 밝힐 수 없다면 밝힐 수 없다고 학생들한테 말을 해야죠.


두리: 마지막으로 학생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혜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바랍니다’ 이런 건 너무 상투적이죠(웃음). 정말 원하는 건 학생들이 우리 주위를 바라봤으면 하는 거예요. 대화가 없고 마주하지 않으면 선입견만 쌓이더라고요.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이 과거에는 규제하고 이런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작년이랑 학생회를 계속하면서 느낀 건 아무리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할지언정 상대를 존중하면서 대화를 하면 많은 부분이 없어지더라고요. 오해도 많이 풀리고요. 그런 식으로 가다 보면 이 연세 공동체가 누구 하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모두의 연세, 학생, 노동자, 교직원, 총장, 같이 아우르면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올해 총장님께서도 그런 의지를 보여주셨고요. 저희도 그런 기조를 내세우고 있고, 올해가 그런 변화의 시작이었으면 해요. 기대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했을 때 더 많은 것들이 변한다는 것을 저희는 입증할 거고, 화합하는 연세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상빈: 저는 아직 세상이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든요. 문제도 많지만, 그래도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저는 스물네 살인데, 대학교 와서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경험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들을 많이 했었고, 일부러 찾아서 경험하기도 했는데, 그러한 경험들을 다른 분들도 굉장히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대학교 안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경험들이랑, 대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경험들이랑, 2016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주변에 항상 총학생회가 있을 테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주저 없이 찾아오시면 좋겠고, 두 분과 <연세두리>와 총학생회로 만났지만, 연세대 사회에서도 우연이자 인연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술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이랑 서로 많은 시간 보내면서 원하시는 거 이루고, 연세라는 테두리 안에 있을 때만은 원하는 거 다 이루고, 졸업하신 후에도 연세라는 테두리 밖에서도 연세라는 두 글자만은 가슴 속에 안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모두 오랜 시간 인터뷰에도 지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대답해준 덕분에 인터뷰는 시종일관 훈훈하게 진행되었다. 2016년에는 인터뷰에도 언급된 것처럼 연세의 모든 구성원들이 조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그리고 그 곁에서 총학생회도 성실히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이린 기자 springoflife@yonsei.ac.kr

김다정 수습기자 dajeongk19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