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세두리> 과월호 다시보기/11호 - 2016년 5월

[기획] To Infinity and Beyond: 학생회칙 이야기

회칙 이야기의 시작


듣는 이에 생소한 이름 “학생회칙”. 회칙이 뭐냐고 묻는다면, 모임의 규칙(네이버 사전)이라고 나와 있다. 동아리, 학회 혹은 단체는 운영을 명시한 회칙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연세대 안에서 “학생이 주체가 되어 어떤 일을 의논하여 결정하고 실행하는 조직이나 모임(네이버 사전)”인 학생회에도 회칙이 있을까? 답은 ‘아무도 모르지만 있다’다!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 총학 홈페이지(student.yonsei.ac.kr)에 들어가 보면 현재 학생회칙을 확인해볼 수 있다. 그 회칙에 따르면 연세대 학생회칙은 1988년 6월 15일 제정됐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 자자자! 회의를 합시다! <연세춘추 1100호>


1988년도는 85년 학생회가 다시 생긴 이후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다.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정명수(85·천문대기과학) 씨는 199명에 달하는 학년별 대표들을 이끌어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199명을 매번 모이게 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래서 93명의 과•단과대•기구 대표들이 함께하는 중앙대의원회를 만들었다(<연세춘추> 1100호, 「새 회칙으로 학생활동 이정표 마련」). 의사결정 권력을 집중시킨 것이다. 이것은 현재까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로 이름이 바뀌어 내려오고 있다. 혹시 친구 중에 단과대 학생회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매주 월요일 ‘중운위’를 가야 한다고 투덜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1988~2003 사이에 기록은 없다구요?


🔺 학자투쟁, 반전운동, 와중에 회칙개정 두둥! <연세춘추 1464호>


학생회칙의 역사는 계속된다. 하지만 기록은 지워졌다. 2003년 회칙의 원본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현재 버전과 1988 버전의 대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알아냈다: 1차 제정이 학생회를 돌아가게 했다면 1988~2003 사이의 개정들은 사문화된 조항들을 없애거나 개선했다. 2003년 이전 총학은 학번별 대표였던 총대의원회를 과•단과대 대표들로만 이뤄지는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로 바꿨다. 회칙을 개정하기 위한 기본 조건들을 쉽게 만든 것이다. 그 외에도 중앙대의원회를 없애고 중운위(단과대, 총동아리 연합회, 총여학생회)를 만들어 운영을 좀 더 원활하게 했다. 또한, ▲교육위원회 ▲통일위원회 ▲인권위원회 ▲민중연대위원회 등 학생회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특별위원회 조항을 만들어 다양한 개인과 기구들이 이슈별로 모일 수 있게 했다(연세대학교 총학생회칙 1988, 2016). 2003년 이뤄진 개정에서 총학생회장 정재욱(99·기계전자공학부)씨는 중운위에서 찬성에 필요한 정족수가 2/3가 돼야 한다는 조항을 없애 회의를 원활하게 만들었다. 또 특별위원회 회장이 확운위 아닌 다른 성원으로 구성될 수 있게 해 학생 대표자(과•단과대 회장)가 아닌 사람도 자리에 앉을 수 있게 했다(<연세춘추> 1464호, 「총학 3차 임시확대운영위원회 개최」).



여기서 잠깐!


 여태까지 흐름을 보면 학생회는 점점 더 중앙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초에는 198명에게 주어졌던 권한이 93명에게 주어지고, 현재는 23명의 대표에게 있다. 이것은 의사진행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줬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기층단위에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다시 시작해보면… 자 쉬는 시간을 가졌으니 돌아오자. 복습을 해보면 학생회칙은 1988년 제정됐고, 2003년 개정을 거쳤다. 그렇다면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수정은 없었는가? 천만의 말씀! 2013년도, 2015년도, 그리고 올해 2016년도까지 부분 개정이 이뤄졌다. 그중 2013, 2015년도를 먼저 살펴보자.



고장 난 배를 고치는 선장

 

 🔺 왜 학생회칙은 2면 가장자리로… <연세춘추 1717호>


2013년도에는 학생회칙의 추후 개정을 위한 개정들이 이뤄졌다. 당시 총학생회장 고은천 (10·토목공학)씨는 “당장 학생회칙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기보다는 이후 학생사회에서 연속적인 논의를 가능하도록 회칙개정에 관한 회칙을 정비하는 데 초점을 뒀다”(<연세춘추> 1717호, 「학생회칙 10년 만에 본격적인 개정 논의」에서 재인용)고 했다. 앞으로 회칙개정할 일이 많으니까 기반만 다져놓은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요한 변화들이 몇 개 이뤄졌는데, 구 학생복지위원회가 *생협학생위원회로 이름이 바뀐 것과 총•부총학생회장 탄핵, 회칙개정 요건들이 바뀐 것이다. 생협학생위원회는 보다 학생대표들에 책임을 지는 기구가 됐으며, 회칙개정은 조항에 따라 달랐던 요건들이 통일되어 향후 개정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생협학생위원회란?
생협학생위원회(이하 생학위)는 연세대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는 단체다. 생활협동조합에서 지원을 받으며 명절 귀향버스, 식당 모니터링, 생활장학금 수여 등 다방면의 일들을 한다.



이제 본격적인 부분 개정!



🔺 회칙개정이 실제로 결과를 낳다니!<연세춘추 1751호>


2015년도 부분개정은 2014년도에 못 이뤄진 *장애인권위원회 설립과 2014년 말에 경험한 다수 단과대 비상대책위원회 상황을 고려하여 이뤄졌다(제52대 총학 임시 확운위 회의록, 2015). 2014년 말 문과대학이 선거무산을 선언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조항에 대한 관심이 총학생회에까지 이전된 것이다. 결국, 학생사회 내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언제든 총학생회 혹은 단과대에서 비상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비대위 조항이 생겼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거나 총•부총학생회장이 모두 자리를 떠났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대비한다. 신기한 점은 총학이 왜소해졌을 경우를 대비해 각 단과대에서 집행부를 파견해 총학을 꾸리게 하는 점이다(제53조 비상대책위원 1항). 또 비대위 혹은 선거를 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총학생회장의 권한을 대행할 ‘권한대행’(제42조  권한대행) 조항을 만들어 공백을 메웠다.


*장애인권위원회

장애인권위원회 신설(2015. 02. 23)은 그동안 장애인권동아리 <게르니카>가 담당해왔던 장애 학생의 인권 보장 및 신장을 공식적인 기구가 담당하기 위해 만든 기구이다. 장애인권위원회는 장애인권문화제 를 개최(<연세춘추> 1751호, 「장애학생과 함께하기 위한 큰걸음」)하는 등 장애 학생 전반의 교육권 및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2003~2015 사이의 내용을 보면 학생사회는 자체적인 생존노력 마련과 소수자의 인권 보장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였다. 점점 더 기존 기층단위(과•동아리•단과대)에 소속감이 없는 학우들이 많아지면서 학생회는 생존을 걱정하게 됐고 동시에 소수자의 기본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그 목소리들을 반영하게 됐다. 올해는 이 모든 추세를 아우르는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바로 법제위원회 신설과 전면개정이다. 법제위원회는 학생회칙을 바꾸는 역할을 기존 학생대표자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담당하게 됐다. 법제위원회 위원장 조동완(08· 식품영양학)씨는  본 기구가 특별위원회로서 회칙개정안을 내고 규정집 발간을 돕는다고 했다. 전면개정에 대해서는 최근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건들이 많았는데 이런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권으로 시작하는 회칙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회비를 낸 사람만 권리와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정회원제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사안들은 학생사회가 학생들의 소속감 저하뿐 아니라 학생회비 감소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는 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큰 틀 안에서 학생사회의 생존(정회원제를 통한 회비납부 독려 및 소속감 부여)과 학생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한걸음 내디디고 있다.



앞으로 법제위의 활동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 법제위  로고(출처: facebook.com/yonseilegislation, 법제위 홈페이지)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학생회칙이 실제로 우리 삶에 가지는 의미이다. 학생회칙이 있고, 그것이 학생자치를 운영해왔지만, 나의 삶과는 동떨어진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을 기대해야 하냐보다 능동적으로 무엇을 원하는가로 질문을 바꿔보았다. 내가 학생사회, 즉 학교생활을 하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공동체 차원에서 발현된 것이 학생회칙이라면, 내가 회칙에 넣고 싶은 조항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모든 학생이 인권침해에 대해서 학생회에 제보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조항을 넣을 수 있다. 또 학교의 부당한 등록금 인상에 대해 매년 학생회가 행동해야 할 지침을 만들 수도 있다.
 
한가지 방안으로는 현재 페이스북에 법제위 페이지(facebook.com/yonseilegislation)가 마련됐다. 학생으로서 다양한 요구들과 그 실현을 제안할 수 있는 한가지 통로이다. 그 외에는 조금 더 학생회가 변화하는 방향에 귀를 기울이고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펼치는 데부터 가능성이 시작될 것이다. 

홍찬  수습기자
hongsterulz@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