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다른 사람 앞에서 운 적이 있어요. 회사를 그만둔 지는 오래됐지만 얼마 전 대기업 다니던 시절에 알게 된 팀원을 만났어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우리 팀장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만 울어버린 거죠. 그분을 생각할 때 가끔 울컥하곤 했지만 남 앞에서 운 적은 없었어요.
몇 년 동안 그 팀장님과 일을 했었는데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그분은 정말 훌륭한 리더셨거든요. 심리학에서 말하는 좋은 리더의 특성들이 있는데 그분은 좋은 리더십의 특성을 조화롭게 가지고 있으셨어요. 그걸 못 알아본 조직 상황도 화가 나지만 안타깝게 그만두셨던 것도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분이 보여주신 리더십은 정말 대단했어요. 그분은 제가 제대로 된 역할을 찾아갈 수 있게 해주셨어요. 평소엔 일하기 싫다가도 그분이 하시는 프로젝트는 제가 신나서 일했어요. 제 능력을 인정해주셨고 이 프로젝트의 성공과 개인의 성장이 관련이 있다는 걸 일상생활에서 알게 해주셨어요. 나는 너의 성장에 관심이 있고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계획하고 있는지 뭘 하길 원하는지 생각해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알려달라 도와주겠다고 늘 말씀하셨고 나의 성장과 팀장님의 성장이 무관하지 않다, 내가 잘돼서 영역을 확장했으면 좋겠고 그래야 우리 조직이 성장하는 거라고 늘 이야기하셨어요. 이분은 정말 저에게 영향력이 크신 분이었어요. 그래서 이분 이야기를 하다가 동료 앞에서 울게 됐어요.
이 세상의 누구에게나 식사를 청해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요? 생각만 해도 뇌세포 한 구석이 흐뭇해지는 질문입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단순히 배 속의 공백을 채우거나 시간을 때우는 만남이 아니라 진정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우정이나 친분이 쌓인다는 의미보다도 더 의미심장한 순간들이 누군가와 식사를 하면서 일어나기도 하지요. 즉, 가장 사소할 수 있는 순간인데도 누군가로 인해 자기 자신이 변하는 경험이요. 저는 미국의 여성 코미디언 티나 페이와 만나 뉴욕 록펠러 센터의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싶네요. 티나 페이는 세상에서 가장 웃긴 여성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히곤 하지요. 뿔테 안경에 갈색 머리, 날카로운 눈빛과 얇은 입술의 그녀는 입을 열었다 하면 촌철살인의 유머를 내뱉습니다. 그런데, 그 유머들이 정말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메시지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신랄한 동시에 속이 시원해지는데,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알면서도 그 유머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제가 완파한 몇 안되는 미국 시트콤 중에서 <30록>에 드물게 여성 코미디 작가로 나와요. <30록> 외에도 사라 페일린의 연기로 지난 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최고 화제가 되기도 했고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공동진행을 맡으며 남성 제작자와 남성 배우들을 풍자하는 위트도 꽃을 피웠지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이해하는 방식은 너무 왜곡되어 있고 병리적일 정도로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요. 티나 페이와 식사하면서 요즘의 답답한 상황들을 시원하게 꼬집어 줄 농담과 독설을 한 수 배우고 싶군요.
내일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새로운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어요.
인간은 누구나 크든 작든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으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시간이 흘러 상처가 옅어졌다 하더라도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도 많고, 무의식에 각인이 되어 몇 년 후에 불쑥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학생들도 깊은 상처를 가지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의 상처를 안아주고 보듬어 주는 힐링 능력 어떨까요.
'<연세두리> 과월호 다시보기 > 12호 - 2016년 6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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