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에 걸린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단 선출 공고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지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이다. 이 말은 학생들이 직접 뽑은 후보가 없으므로, 전년도에 뽑은 부총학생회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회가 비상인 것은 단지 간식 행사가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만한 지지도가 있는 대표자가 없어지면서, 교육권이나 학생 편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한 예시로 최근 송도학사는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기숙사 규정을 바꿨다. 이처럼 학생의 눈치를 보지 않는 학교는 견제되지 않는 권력이다. 이 와중에 열심히 학생들을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다. 비상인 학생회를 이끌어가는 비상대책위원장 유상빈(간호학·12) 씨를 만났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비상대책위원회는 11월 선거무산으로 구성되었다. 위원장은 차기연도 중앙운영위원(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총여학생회장, 총동아리연합회장, 단과대학 회장 등 학내 주요 대표자들로 구성된 의결기구)들이 설립위원회를 구성하여 중앙운영위원직을 6개월 이상 수행한 자 중에서 후보를 추려 간선 투표로 선임한다.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
두리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은 어떤 것이 있나요?
유 학생회칙을 보면 비상대책위원장단은 총학생회장단의 권한과 역할을 대체한다고 되어있어요. 학생을 대표해 학교에 얼굴을 비치는 자리에 나가거나 총학생회장단의 역할을 모두 다 수행하고 있어요 등록금심의위원회나 장애인권위원회같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대책위원장단과 비상대책위원들로 구성이 되는데 비상대책위원장단이 총학생회장단을 대신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총학생회 집행위원회를 대신하게 되어 있어요. 총학생회 전체의 기본적인 업무를 대체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서로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들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두리 비상대책위원장 개인으로서 포부가 있나요?
유 지난 12월 비상대책위원회 차후 운영계획에도 적어놨는데 가장 먼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정상적 총학생회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 첫 번째 우선순위라고 생각해요. 최대한 빠른 시기 내에 적절한 시기에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선거에 관한 논의를 할 예정이에요. 연세대학교에서 사상 초유로 총학생회가 없는 상태가 벌어진 만큼 굉장히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고민도 많이 하고 총학생회가 없는 상태에서 주어진 상태에서 꼭 이뤄져야 할 학생들을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을, 공백을 채워나가는 일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학생사회 위기의 원인
두리 학생사회의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 연세대학교가 그래도 매년 경선 선거인 만큼 학생사회에 대한 관여도나 관심도가 높은 학교에 속해있었는데 대한민국 내에서도, 이번에 이렇게 된 걸 봐서는 수면 아래에 있던 게 드러난 것 같아요. 먼저 큰 그림으로 보면 대한민국에서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는 사회, 내가 짓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나는 점점 아래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사회, 나의 스펙이라든지, 남보다 한 발짝 앞서나갈 수 있는 나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까 옆에 사람들을 못 보고 자기가 속한 공동체, 사회에 대한 중요도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경쟁체제 속에서 학생들이 계속 살아가다 보니까 이게 언젠가는 터져 나온 거죠.
두리 학생사회의 위기를 극복하실 계획이나 생각이 있으신가요?
유 정말 위기가 맞는 것 같아요.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지금 대형 단과대 중 하나인 문과대나 교육대, 상경경영대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이기 때문에, 투표미달 등 다른 외적인 요소 때문에 학생회가 사라진 것이면 몰라도, 출마 선본 자체가 없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기구의 노력, 혹은 개인의 노력으로 위기의 극복은 힘들 것 같고, 같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 개개인의 의식을 함양하거나, 같은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정말 우리가 연세대학교 대학생으로서 학생회 체계가 얼마나 우리에게 의미 있고 중요하고 필요한지 조금씩 회복해나가는 시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단위에서는 방학이라서 모르겠지만, 학생회가 없는 상태가 죽 이어져 나가면 분명히 (학생회의) 필요성이나 중요도에 대한 인식도는 점점 높아질 것이고 그게 없기 때문에 본인에게 다가오는 피해를 직접 느끼는 단계가 올 것이라서 그런 사태가 오기 전에 최대한 회복하려고 해요.
두리 학생회가 지금도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 총학생회 페이지를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문의사항이 많이 들어와요. 춘추에서 송도학사 벌점 규정에 관한 인터뷰가 들어오고 있고 지금 비상대책위원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꼭 가야만 하는 자리는 출석하고 있어요. 그것조차 없으면 등록금심의위원회 등에 못 가게 되죠. 학교와 조율해야 하는 자리에 나가야 하는 상황에 공백이 생기게 돼요.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할 사람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죠.
두리 비상대책위원회 일 때 학교와 협의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유 맨 처음에 전화나 면담할 때 비상대책위원회라 하면 못 알아들으셔요. 이제는 ‘총학생회장입니다’ 하는데 갈 때 ‘비대위원장’이라 하면 학교 측에서는 처음 겪는 일이어서 잘 몰라요. 본부 측에서도 학생사회 체제에 대해 아는 분은 비상대책위원회니까 곧 바뀔 거로 생각해요. ‘알았다, 해주겠다’하고 한 달 뒤에 가면 말이 바뀌어요. 논의의 지속성을 가져가기 어려운 게 불리하죠.
두리 작년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는데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유 학생회에 속한 사람들도 본인이 학생회 체계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총학 체계에 관심을 가져요. 그런 분들조차 주변의 피드백이 적어져요. 학생회에 일했으면 ‘고맙다’, ‘잘했다’ 이런 말들이 돌아와야 뿌듯함이 느껴서 더 이어나갈 수 있는데 그런 게 줄어드니까 1년 동안 일하면 지치고 회의감이 들어요. 9-10월 중앙운영위원회 회의 되면 하는 말이 ‘이제 2달 남았다’, ‘1달 남았다’ 하는 거죠.
▼제53대 총학생회 Collabo의 공약 완료 홍보지
두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지닌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유 장·단점을 동시에 말씀드릴게요. 가장 큰 것은 목표와 기조와 공약이 없어요. 총학생회는 선거에 출마할 때 공약도 백 가지 해서 나오고 당선 후 기조를 이루면서 공약을 시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약이 없어요.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부담스럽죠. 몇 개월 사이에 기조, 목표 설정하면, 그 나머지 일 년을 채워갈 총학이 부담을 느끼게 되니까요. 그래서 그러한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장점은 시간이 많아요. 공약사업에 대한 압박이 적어서. 좀 더 자유롭게 시행할 수 있어요. 단점은 뭔가를 하기에 부담스러워요. ‘비대위인데 이런 일에 손을 대는 게 괜찮은 걸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학생회의 금전적 어려움
두리 많은 학생회 단체들이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있는데 극복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유 자율경비인만큼 자율성을 해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총학 집행위 예산이 40만 원밖에 안 남았어요. 3월 선거 치르면 더 아래로 내려갈 것이에요. 학교 측의 지원이 끊긴 지 오래됐어요. 따내고자 하니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학교예산이 어쩌니저쩌니’ 하는 것이죠. 기업 돈도 그렇고 외부 수익성 따지는 기업의 영향을 받는 것이 옳다 할 수 없으니까 고민이 많아요. 근본적인 것은 (학생회비를) 많이 받거나 쓰는 걸 줄여야 돼요. 돈을 쓰는 대신 사람들이 더 고생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는 수입을 늘리는 것. 학생회가 가지는 수입은 대동제 주점 혹은 일일 호프 밖에 없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의미 있는 수익구조를 갖거나 언젠가는 개인적으로는 학생회 크라우드 펀딩 해보면 좀 어느 정도는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두리 작년에는 학교에서 학생회비 매칭 지원을 어느 정도 했나요?
(*학생회비 매칭 지원은 2013년도 학생회비 납부가 자율로 맡겨진 후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학교에서 학생회비에 일정 비율로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1:1 매칭 비율이 적용될 시 학생회비 수입이 3천만 원이라면 똑같이 학교에서 3천만 원이 지원된다.)
유 작년에 (학교 지원을)안 했어요. 15년도 이전에 1:1이었고, 15년도 1학기 0.75배 2학기 0.5배 지원받았어요. 2016년부터 학교의 학생회비 지원이 없었어요.
국제캠퍼스 셔틀버스 증차요구
두리 작년 총학생회에서 일구어 놓은 셔틀버스 증차 협의 같은 것이 지속 가능한가요?
유 등록금심의위원회 때도 얘기를 꺼냈고 학교 측에서 공감했어요. 모든 부서가 예산을 긴축하고 있지만 그런 예산 절감이 큰 만큼 학생경비만큼은 유지해야 된다고 강하게 말씀드렸어요. 셔틀버스 필요성은 몇 년간 총학생회 성과 때문에 공감해주셔서 증차 안을 확정했어요. 대수, 시간대, 방법, 기술적 문제는 앞으로 처리하고 학생과 한 번 더 협의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하기로 협의했어요.
학생들에게
두리 학생들에게 학생회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유 학생회를 하면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이 ‘잘해도 욕먹고 못 해도 욕먹는다’에요. 못하면 피드백으로 돌아와서 성찰할 수 있는데, 동시에 그분들에게 ‘잘했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학생회 체계에 일하는 분들께 꼭 힘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총학생회가 이렇게 가다가는 10년, 20년 뒤에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경각심 가지고 갔으면 좋겠어요.
글, 디자인/홍찬 기자
hongsterul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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