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연세대학교 제52대 총학생회 <SYNERGY>(이하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에 2학기부터 변경되는 수강신청 제도에 대한 안내가 올라왔다. 그런데 학생들의 항의 댓글이 댓글창을 가득 메웠다. 2학기부터 이루어질 ‘마일리지 선택제’와 ‘대기순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수강신청 제도변경. 클릭 경쟁 때문에 튕길 염려도 없고, 정원이 초과됐을 경우에도 대기순번을 받고 편하게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왜 이번 수강신청 제도 변경안에 이토록 불만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연세두리>는 수강신청 개편안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수강신청 체험단 등의 취재를 통해 대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마일리지의 문제: 학과별 형평성은 어디에?
새로운 수강신청 제도에서 가장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부분은 마일리지 제도다. 마일리지제도는 쉽게 말하면 수강신청에 경매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인당 단과대별 수강신청 허용 학점의 4배수의 마일리지를 지급받은 뒤, 해당 마일리지를 가지고 수강을 원하는 과목에 배당하는 식으로 수강신청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때 한 과목에 배당할 수 있는 마일리지의 최댓값은 최대 36점으로 제한된다.
상경대학과 문과대학 마일리지 비교
상경대학 |
문과대학 | |
수강신청 가능 학점 |
18학점 |
19학점 |
마일리지 총량 |
72점 |
76점 |
우선 이에 대해, 단과대마다 수강신청 가능 학점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학기당 신청 가능 학점이 1학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일리지 총량에는 4점 차이가 발생함으로써 학과별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전 수강신청 제도의 경우 과에 상관없이 평등한 조건에서 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수강신청 제도에서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불공정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3월 27일 교육과학관에서 열린 수강신청 체험단 설명회에서 교육기획국장 최수민 씨가 수강신청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공과목을 신청하기 쉬운 학과와 그렇지 않은 학과 사이의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규모가 작거나 전공과목 T/O가 넉넉하게 주어지는 학과의 경우 전공과목에 마일리지를 적게 투자해도 과목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복수전공 등으로 인해 과목을 듣는 절대인원 자체가 많은 학과 학생은 전공과목 확보에 더 많은 마일리지를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공과대학, 이과대학 학과의 경우 과목당 T/O가 학과 인원보다 많은 경우도 있고, 같은 과목의 분반도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하지만 상경대학의 경우 분반이 6개 이상씩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수강 신청에 실패하는 학생이 존재한다. 사회과학대학의 경우 전공 T 분반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그대로 한 학기휴학을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일리지 제도가 시행된다면 경쟁이 심한 학과는 자연히 전공에 모든 마일리지를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더 많은 학점을 들을 수 있는 학과가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는 지금의 논리보다 ‘수강신청 경쟁이 다른 학과보다 더 치열한 학과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총학생회 교육기획국 국장 최수민(정치외교학∙14) 씨는 설명회에서 “교무처와의 면담 때 전공자 우선수강신청 제도인 스크리닝 제도를 전 학과에 확대 실시할 수 있도록 교무처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무처 측에서는 마일리지의 공평한 분배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러한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 연세포탈 공지사항에서 우선 수강신청 제도(스크리닝 제도)를 운영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교무처의 답변이 올라와 있다.
저기요, 수업 숫자는 언제 늘어나요?
“수강신청제도 개편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위의 카드뉴스 발췌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총학에서도 수강을 원하는 인원에 비해 수업 숫자가 모자라는 현상을 인지하고 있다. 복수전공 및 부전공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강의를 원하는 학생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강의 숫자나 강의별 배당 인원은 이러한 학생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월 27일 수강신청 체험단 설명회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정말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 수강에 실패하지 않을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의 변경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강의 수요조사를 실시해서 그에 맞게 다음 학기 수업을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학교 당국이 이러한 학생들에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교무처 학사지원팀 박병록 팀장은 “현재 한 학기에 13,000여 개의 강의가 개설되고 있으며 강의의 숫자가 부족하게 보이는 것은 일부 인기 과목들에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면서, “각 학과와의 논의를 통해서 분반 등의 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학생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강의 숫자를 늘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3월 3일 강의 숫자와 T/O 확대 요청에 대한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의 답변
더 나은 수강신청 제도를 위해: 민주적 절차의 필요성
작년 11월 총학생회 선거 당시 총학이 내세웠던 수강신청 관련 공약에는 대기순번제에 대한 공약만 존재했고,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갑작스럽게 마일리지 제도가 주축이 되는 수강신청 개편안이 등장하게 된 것일까? 최수민 씨는 “작년 12월 교무처 측에서 마일리지 제도를 골자로 하는 수강신청 개편안을 먼저 제안했고, 총학 측과 함께 기존 수강신청 제도를 함께 개편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총학에서 3월 12일 공개한 “2015-2학기 수강신청 변경 안에 대한 총학생회 입장문” 및 확대운영위원회 안건지를 살펴보면, 수강신청 개편이 처음 공개된 12월 말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학교 당국과의 면담을 통해서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학생들의 피드백을 전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반 학생들이 수강신청 변경에 대해서 참여하거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수강신청 제도의 시스템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댓글이나 구글 독스 등을 통한 피드백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원주캠퍼스 총학생회의 경우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2학기에 수강신청 제도가 변경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시기적으로도 당장 다가오는 2학기에 새로운 수강신청 제도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준비 없이 혼란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수민 씨는 이에 대해 “3월 12일 총학 입장문에서 밝힌 바처럼, 교무처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2학기에 제도 변경을 강행한다면 총학은 이에 반대할 것이다”라고 말했고, “변경 여부를 묻는 학생 총투표도 고려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새로운 수강신청 제도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드린 다음에 실시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문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수정한 다음에 그 수정된 개편안에 대해서 총투표를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3월 24일과 27일 양일 동안 진행된 수강신청 체험단 설명회에서 일반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총학 측에 전달되었다. 위에서 설명한 학과별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 ‘교양/전공 마일리지 분리’를 통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 학생도 있었고, 수강신청 일정에서 유연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서 날카로운 지적을 날린 학생도 있었다. 총학뿐만이 아닌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과 제안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의미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건설적인 의견이 학교 당국측의 계획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체험단에 참여한 학생만이 아닌 전체 학생들에게 수강신청 개편안에 대한 쟁점 사항을 알리고 의견을 받아들이는 절차도 역시 부족해 보인다. 혼란만을 가져올 수강신청 제도가 아닌, 진정으로 기존 수강신청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위기가 학생들의 수강권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되길 기대해 본다.
정구원 편집위원
znetco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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