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악과 감각 - 차우진(음악평론가)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오후 4시 30분이다. 서쪽으로 난 거실의 창으로(오해하지 마시길, 우리 집은 작고 귀엽다) 3월의 햇살이 넉넉하게 들어온다. 함께 살고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창에 딱 붙어 있는 2인용 소파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눈을 감고 졸고 있다. 나는 고양이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음악을 튼다. 이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든, CD든, 휴대폰이든 노트북이든 데스크탑이든 중요한 건 아니다. 이 시간에 딱 맞는 햇볕에는 소위 음악을 듣는 방식보다 음악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어떤 음악이냐도 중요하겠지만, 때로는 그마저도 중요하지 않다. 내가 듣고 있는 건 제임스 베이(James Bay)의 [Chaos and Calm]이란 앨범이다. 최근 재즈 팝 분야에서 주목받는 여가수인 니키 야노프스키의 [Little Secret]이란 앨범도 옆에 뒀다. 제임스 베이가 끝나면 들을 생각이다. 그 동안 커피는 천천히 식을 것이고 고양이는 둘이 포개져서 잠들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음악의 기원에 대해 궁금해 한다. 이 근사한 건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그런데 음악의 기원을 찾으려면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내쇼널 지오 그래픽 같은 다큐멘터리를 활용해보자. 아마도 최초의 음악은 원시인들이 입으로 ‘두다다’ 혹은 ‘우아아’같은 소리를 내면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것이 뭔가를 두드리는 것으로 발전하고, 그 중에 똑똑한 원시인이 어떤 규칙을 발견했을 것이다. 멜로디와 리듬은 그렇게 탄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이 생긴다. 원시인들은 어째서 음악을 발견하게 된 것일까. 여기서 음악이 본질이 연관된다. 음악은 무엇인가. 감정적인 것이다. 이것은 부르거나 들을 때 즐겁거나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기타 등등의 감각을 환기한다. 이 점에서는 원시인과 현대인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거의 모든 순간을 음악과 함께 한다. 걸을 때, 버스나 전철을 탈 때, 데이트를 할 때, 공부를 할 때, 애인의 뺨을 쓰다듬고 몸을 꼭 끌어안을 때, 그러니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울하거나 나른할 때 음악이 그 분위기를 증폭하거나 감소시킨다는 점이 중요하다.
음악의 기원을 유추하는 것은 고고학자들의 몫이지만 음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은 음악학 외에 신경학의 오랜 연구 영역이었다. 그리고 21세기가 다 되어서야 음악이 도파민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게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적어도 음악이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신경구조와 연관된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들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답할 수도 있을까? 여기야말로 상상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두 장의 앨범을 들었다. 제임스 베이는 제임스 모리슨과 비슷하고, 니키 야노프스키는 발랄한 스윙에 맞춰 신나게 노래한다. 그 동안 나는 진하게 내린 커피를 마셨고, 모니터 너머로 이 오후의 햇살이 지나가는 걸 봤다. 더 좋은 선택이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딱 어울리는 음악은 이 둘이었다. 덕분에 나는 두 사람을 지금 이 느낌, 나른하고 평화로운 3월의 오후로 기억할 것이다.
음악은 경험적이다. 음악적 경험은 음악 자체 뿐 아니라 음악을 듣는 모든 과정의 총합이자 결과다. 음악은 감각적이지만 동시에 논리적이다. 음악에는 이성과 감성의 영역이 공존한다. 이 모순적이면서 공존적인 특징이 감각을 자극한다. 음악이 재미있는 건 그래서다. 이에 대해서 더 자세한 걸 알고 싶다면 대니얼 J. 리버틴의 [호모 무지쿠스]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는 유명한 프로듀서이자 뇌신경학자다. 그의 통찰력과 상상력이 음악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걸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음악’이 뭐냐고 묻는데 나는 보통 이렇게 대답하는 걸 좋아한다. 좋은 음악이란, 지금 당신과 함께 하는 바로 그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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