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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두리> 과월호 다시보기/2호 - 2015년 4월

저... 연세대 대녀요 - 학생도, 교수님도, 총장님도 아닌 연세대의 또 다른 사람들 이야기

저... 연세대 다녀요.

- 학생도, 교수님도, 총장님도 아닌 연세대의 또 다른 사람들 이야기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에 다니는 사람들’ 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과잠’을 입고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그 다음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연세대 다니는 사람들이 연대생들이지, 또 누가 있어?

더 생각해보면, 교수님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캠퍼스에서 학생들처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분들은 아니지만, 학교를 조금만 돌아다녀보아도 곳곳에서 교수님들이 계시는 연구실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언더우드관에 계시지만 여기저기 이름 언급되시느라 바쁘신 총장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연세대 구성원이다.

 

  하지만 연세대라는 사회가 학생, 교수, 총장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문에 들어서자 보이는 경비 아저씨, 공학원이나 과학원과 같은 연구 건물에 상주하고 있는 연구원들과 대학원생들, 생협이나 트레비앙 직원들, 학생식당 아주머니, 수업을 도와주시는 조교 분들 등등... ‘연세대 다니는’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많다. <연세두리> 4월호에서는 가깝지만 낯선, ‘연세대 다니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청경관 직원과 학교 경비 근로자에 대해 취재했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와 어떻게 다를까?

 

 

# 청경관 사람들 이야기

 

  점심시간만 되면 위당관 지하 식당인 청경관은 전쟁터로 변한다. 피크타임인 12시에서 1시 사이에는 모든 학생식당이 정신없지만, 청경관은 문과대·사회대·교육대 세 단과대의 끼니와 간식을 책임지면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적고, 회전율도 느린 편에 속한다. 청경관에서 밥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주방에서 후라이팬 3개에 불을 붙여가며 혼자 열심히 일하고 계신 요리사 분과 매의 눈으로 김밥 전표를 체크하시는 아주머니를 보며 나도 모르게 ‘진짜 힘들겠다...’고 혼잣말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청경관에서 10년 넘게 근무하시는 스낵 코너 아주머니 인터뷰를 통해 청경관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간단히 들을 수 있었다.

 

  청경관 사람들의 하루는 학생들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인 오전 7시에 시작된다. 오픈 시간인 오전 8시 50분까지 준비를 마치고, 오후 8시에 문을 닫을 때까지 일과가 계속된다. 청경관 아주머니께서 꼽으시는 하루 중 가장 정신없는 시간은 (눈치 챘겠지만) 낮 12시부터 3시까지의 점심시간이다.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표를 받고, 나온 요리를 다시 학생들에게 하나씩 전달해야 하니, 밥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가득한 피크타임은 10년 째 근무하시는 직원들에게도 매일매일 전쟁 같다. 특히 마레크림 스파게티를 시켜놓고 가격이 같다는 이유로 자기 맘대로 마레 스파게티를 가져가는 양심불량 학생이 출몰하기라도 하면 정신없음이 두 배가 된다고!

 

 

     

▲ 청경관에서 스파게티나 그라탕을 기다리는 긴 줄을 피해 김밥이나 떡볶이를 주문한다면,

누구나 스낵 코너의 아주머니를 거쳐 가게 된다.

 학생들에게 모두 들리게 하려고 큰 소리를 내시지만, 절대 화내는 것은 아니라고 하시니 오해하지 말자!

다른 학생 식당에 비해 특이한 맛이 나는 청경관 떡볶이의 레시피를 물었더니 특급비밀이라 하신다.

아주머니 나름대로의 비법으로 제조되는 듯 하다.   

                 

 

  청경관을 자주 가다보면 ‘왜 학생회관처럼 번호표 시스템을 쓰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청경관 직원들과 사장님이 그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예전에 실제로 번호판을 설치해본 적도 있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번호표를 도입해서 혼잡함이 줄어들려면 번호를 받은 사람들이 앉아서 기다릴 공간이 필요한데, 절대적인 공간이 부족하니 번호표를 발급한다고 해도 서있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똑같았다고 한다. 음식을 주문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기도 하고, 자동으로 주문은 들어갔는데 자리를 잡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도 생겼다고 한다. (1층처럼 보여도) 위당관은 지하 공간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확장을 할 수도 없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청경관 사장님부터 직원들까지, 점심시간마다 계속되는 청경관의 혼잡함에 대한 고민은 모두에게 공통적이었다.

 

 

 

# 경비들, 순찰만 도는 것 아닌가요?

 

  아마 연세대학교 구성원들 중에서 학교 구석구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경비 근로자 분들일 것이다. 모두가 학교를 떠나는 새벽 시간까지 경비 근로자 분들은 학교에 남아 계신다. 연희관에서 근무하시는 경비아저씨께서 말씀해주신 경비 근로자들의 하루는 생각보다 길었다.

 

  경비직은 24시간 2교대 근무다. 즉, 격일 출근이라고 보면 된다. 새벽 다섯 시 반에 출근해서 건물 문을 열고 순찰을 도는 것으로 근무가 시작된다. 계약상으로 정해놓은 휴식 시간인 자정부터 3시까지를 제외하면 다음 날 새벽 5시 반까지 24시간 동안 건물에서 상주하며 업무를 계속 해야 한다.

 

 

▲ 언제부턴가 학교 정문에서 경비실이 사라져버린 것을 눈치챘는가?

백양로 재창로 프로젝트 공사에서 경비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경비실이 '갑작스럽게' 사라진 것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경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경비실이 사라진 이후, 컨테이너 만든 임시 경비실을 쓰고 있지만,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신촌캠퍼스와 국제캠퍼스의 경비직과· 미화직 근로자들은 모두 용역회사를 통해 근로계약을 맺고 학교에서 일한다. 신촌캠퍼스는 규모가 워낙 커서 정문에서 백양관 정도 까지를 담당하는 경비 근로자와 연희관, 위당관을 포함한 캠퍼스 위 쪽을 담당하는 경비 근로자들의 소속이 다르다. 이렇게 다르게 체결된 계약 때문에 고충이 생기기도 한다. 중앙도서관이나 백양관 쪽은 외부 미화를 담당하는 근로자가 따로 고용되어 있어 경비들이 건물 순찰 일만 하면 되는 반면, 연희관 쪽은 이전 용역 회사가 맺어놓은 계약이 그대로 적용되어 건물 외부 미화 업무까지 경비들이 담당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건물 밖 쓰레기통 비우기부터, 가을에는 낙엽 치우기, 겨울에는 눈 쓸기까지 근무 중인 경비 근로자 혼자 담당해야 한다. 같은 캠퍼스 안인데도, 배치에 따라 해야 하는 업무의 양이 다른 것이다.

 

  경비 근로자들이 청소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의외인데, 더 놀라운 사실이 또 있다. 과거에는 <연세춘추>나 <연세 애널스>와 같은 학내 언론의 배포를 경비 근로자들이 담당했다는 것이다. 매주 <연세춘추>와 <연세 애널스> 발행일 새벽이 되면, 총장 공관 쪽으로 신문을 실은 트럭이 도착한다. 이를 무악학사부터 세브란스 병원까지 학교 전체에 배포하는 일은 얼마 전까지 학내언론 건물인 동문 근처의 미우관에서 근무하는 경비 아저씨들의 몫이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직접 배포를 담당하기도 했었지만, 공식 언론인 연세춘추·애널스는 타 언론들보다 더 배포 범위가 넓고 양이 많다보니 언젠가부터 미우관 경비의 업무로 넘어가게 되었다고. 현재는 각 언론사의 편집업체가 배포까지 담당하게 되어 경비들의 일은 아니게 되었지만, 5년 전까지 미우관에서 근무하시며 직접 배포를 담당하셨던 경비아저씨는 학교 구석구석 신문을 배포하던 일이 아직도 생생한 듯 보였다.

 

  ‘경비’ 하면 떠오르는 기본적인 일 이외에도, 학교 내의 경비아저씨들이 하고 계신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경비실에 앉아 있거나 느릿하게 순찰 도는 모습만 보던 학생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말 그대로 24시간 캠퍼스에서 살고 계신 경비아저씨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학교 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지원 편집위원

smaak@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