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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두리> 과월호 다시보기/11호 - 2016년 5월

[두리’s 넋두리] - 감사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던 나에게

4월 11일 4시 8분 학생회관 앞 벤치에 앉아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한참 중간고사 시험공부 때문에 바쁜 시기, 햇살이 따듯한 4시에 벤치에 앉아 있는 건 나 홀로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고민과 생각은 너무나도 많지만, 잠시 이 햇살을 느껴보기로 한다.


사람들이 지나간다, 내 머릿속엔 지나가는 사람들로 생각이 가득 하다.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걷는 걸까, 저 웃고 있는 사람의 웃음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헤드폰으로 음악 듣는 저 사람은 무슨 음악을 듣고 있을까, 저 한 쌍의 꼭 잡은 두 손은 차가울까 따듯할까, 정장 입고 전화하는 저 아저씨의 오늘 하루는 어땠을까.

나 혼자 생각에 가득 차 있다. 그러곤 하늘을 보며 다시 생각에 잠긴다.

 

‘느리게 살아간다고 다짐했건만 난 또 빠르게 뛰고 있었구나.’ 라고. 그리고 이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생각에 잠긴다. 나는 감사한 게 참 많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매 순간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거 같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은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셨고, 그 덕에 연기, 춤, 공부, 여행, 유학 등등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삶을 보냈다. 부모님은 한 번도 공부해라, 숙제해라, 학교 가라, 학원 가라 그 흔한 말 한번 없으셨고 그 덕에 난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었고 잔디를 뒹구는 감사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어른이 돼서야 이 모든 것에 감사함을 알았던 거 같다. 난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당연했고 마치 나의 권리마냥 누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가 당연시 누렸던 것들이 나이가 들며 당연하지 않은 걸 알게 되고 나서야 알았던 거 같다. 내가 참 감사한 삶을 살았다는 걸 그리고 내가 참 감사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는걸. 그렇다고 내 인생이 늘 감사한 일만 있었고 행복만 했던 건 아니다. 인생에 몇 번 큰 파도를 만났던 적이 있다, 내가 타고 있는 나라는 보트는 너무나도 작았고 약했고 파도에 휩쓸려 다시 육지로 가야 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늘 그럴 때면 부모님이, 그리고 나의 하나뿐인 오빠가 늘 응원과 함께 기도해줬고 감사하게도 늘 극복하며 이겨냈다.

연세대학교에 다니면서도 감사하게도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말하는 좋은 사람들이란, 내가 그 사람들과 교제를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았다는 뜻이다. 단순히 그들이 나보다 더 높은 학위를 가지고 있다든가,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건 아니다. 그 사람들은 나보다 더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고 그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감사하지 못한 삶을 살았는지 다시 한 번 일깨워 줬다. 주말에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 돈을 아끼기 위해 4명이서 원룸에 사는 친구, 장학금을 받아도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돈을 걱정하는 친구,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재정적으로는 부족할지는 몰라도 누구보다 열심히 놀고, 일하고, 공부한다는 것이다. 이런 친구들을 알게 돼서 비록 나의 나태함이 나에게 들통나 버렸지만, 감사하다. 내가 이런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배울 수 있음이...

 

하나씩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 인생에 감사한 점이 참 많다. 이렇게 넋두리를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있는 것도, 두 손이 있는 것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창가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도 그리고 이 기사를 낼 수 있는 연세두리에 기자인 것도. 그리고 또 감사하다, 모두 바쁜 이 시간에도 벤치에 앉아 구름을 보며 감사한 것을 한 번 더 떠올릴 수 있는 이 시간이 나는 또 감사하다.

 

Never let the things you want make you forget the things you have.


이지수 수습기자

jisoo.kelly.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