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학교의 관계는 무엇일까?
학교는 공적인 영역이지만 설립자의 취지가 존중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채플을 듣는다. 총장 신년사도 기독교식 인사로 시작하고 끝이 난다. 연세대학교에 기독교는 현재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연세기독학생연합회는 기독인 및 단체들의 모임이다. 개강 및 종강 예배, 신앙 OT 등을 주관하며 캠퍼스 내 기독인들을 연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목실은 총장 직속으로 종교행사, 즉 채플을 담당한다. 또한, 연세대학교회라는 기관을 운영한다.
채플을 듣는 사람은 채플을 흔히 ‘수면 보충 시간’이라고 얘기한다. 가끔 좋은 강연이 있기도 하지만, 학교를 홍보하거나 비종교인을 종교로 설득하는, 불편한 내용도 많다.
기독교와 현대사회, 성서와 기독교, 기독교와 세계문화 등 필수 종교 과목들은 교양수업과 다를 바가 없다. 기독교 정신을 심어주는 것은 이런 기관이나 몇 과목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기독교 정신은 무엇인가?
첫째로 기독교는 하나님이 인간을 자신의 형상으로 지었기 때문에 존엄하다고 주장하는 종교다(“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창세기 1장 27절, 개역개정판).
둘째로 가난한 이들과 약자들도 동등한 사람임을 말하는 종교이다(“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못 듣는 자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 마태복음 11장 5절, 개역개정판).
셋째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세계를 공의(공평하고 의로운 도의, 네이버 국어사전)롭게 운영할 책무를 강조하는 종교이다(“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창세기 1장 26절, 및 “그는 반석이시니 그가 하신 일이 완전하고 그의 모든 길이 정의롭고 진실하고 거짓이 없으신 하나님이시니 공의로우시고 바르시도다”, 신명기 32장 4절).
따라서 상대적 약자이며 학교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운영 전반에 반영해야 하고 특히 문제가 발생했을 시 사회적 약자이자 동료 인간인 노동자를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총장 선출 제도뿐만 아니라 학교 전반의 사안들에 학생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기 위해 매년 투쟁을 해야 한다. 총장실이 학생 기자의 인터뷰를 거부하고 소통하지 않는 것도 한 사례이다. 또한, 인권에 친화적인 캠퍼스를 만드는 것에도 인색하다. 강의실에서는 차별 발언이 심심찮게 들리며 상대평가를 통해 인간을 몰개성화하고 있다. 학교가 생각하는 국제캠퍼스의 공동체 교육이라는 것이 학생자치가 사라진 공간을 낳은 것도 아이러니하다. 스스로 모이고 활동할 자유가 없어진 현 시국이 과연 인간의 존엄성 실현인가?
연세대학교가 만약 기독교 학교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면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학교, 학생, 교수가 모두 모여서 교육의 내용을 토의하고, 그것의 잘못된 부분(부족한 수강신청 정원, 교수 대 학생 비율, 인권 침해 등)을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복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가톨릭 대학교의 경우, 당 대학 병원이 학생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학생이나 교직원 누구든지 학교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할 수 있는 감사처를 설치해야 한다. 관료제의 특성상 구조적인 문제들은 책임 떠넘기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으며 용역업체의 임금 미지급 등의 사안에 관해서 장기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을 바꿀 수 있는 부처가 필요하다.
“또한 정의감과 기백을 드높이고 열린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인류의 번영에 이바지한다”. 이 문구는 기독교 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연세대학교의 건학 이념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내세운 건학 이념조차 실현하지 않는다면 기독교 정신이라는 취지도 퇴색해버린, 이름만 미션스쿨에 불과하다.
글,디자인/홍찬 기자
hongsterul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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