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공대생
공대생은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다. 먼저 수면이 부족하다. 공대생은 소문으로 알려진 것처럼 자주 밤을 새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따르면, 구체적으로는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이틀 정도 밤을 새운다고 한다. 시험 기간이 아니면 굳이 밤을 새우지 않는 대학생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강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한동현(전기전자공학•13)씨는 리포트 및 시험 등을 사유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밤을 새운다”라고 했다.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배철윤(건축공학•13)씨는 기초과목 퀴즈 준비와 모델을 만드는 시간을 고려해 일주일에 2번 정도 밤을 새운다고 한다.
수면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점심시간과 공강 시간이 겹칠 때도 밥을 먹기보다 과제를 해결하거나 공부에 열중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기껏 밥을 먹는다고 해도 라면이나 김밥 등으로 간단하게 때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컴퓨터과학과에 재학 중인 김창원(컴퓨터과학•15)씨는 “밥을 잘 안 먹는다. 주변 공대생들도 잘 챙겨 먹지 못한다. 학관 김밥을 먹는 정도다. 서문으로 가자고 해도 잘 안 간다. 너무 바빠서.”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공학 수업들은 어렵다고 한다. 또한, 다른 애로사항도 존재한다. 김씨는 본인의 전공 특성상 공부가 힘든 이유로 전체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점을 들었다. 김씨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진다. 수업과 강의자료가 영어로 되어 있고, 시험 문제는 영어로 이루어지며, 답안지도 영어로 작성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씨는 영어가 특출 나지 않은 본인의 경우에는 입학할 당시에는 전문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했다. 절대적인 난이도에 의한 압박 외에도 정량화하고 서열화하는 평가방식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배씨는 “특히 수학, 물리 등 공대 기초과목의 특성상 개인의 점수와 석차가 분명했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했다”라고 했다. 김씨는 프로그래밍을 할 때 “처음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 20시간 걸리는 걸 그냥 하는 학생들도 있어서”라고 했다.
공대생에 대한 편견
공대생들은 여러 가지 편견에 시달린다. ‘옷을 못 입는다’, ‘과학 드립을 친다’ 등이 그것이다. 옷에 대해서 김씨는 “단편적으로만 보고 칙칙하다 안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공부하다가 밤을 새워서 그렇게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씨는 ‘과학 드립’에 대해서는 “그런 게 많이 나오긴 한다. 공부해 온 입장이니까 재미를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해 이런 반응이 나올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한씨는 “취업 때 날로 먹는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쉬운 것은 맞지만, 학부 때 많이 고생하는 단과대다”라며 판단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공대 내부의 문화에 대해서 배씨는 “많은 곳이 그렇지만 (여성주의적인 감수성이 없는)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특히 더 심하다”라고 했다.
공대생과 취업
공대생들에게 정말 취업은 정말 그렇게 쉬운 길일까? 결과적으로 얘기하자면 ‘조금 더’ 수월하다는 평가다. 배씨는 “주위에 취업하는 동기나 선배들을 보면 확실히 나은 것 같다”라고 했다. 김씨는 “저희 과에서 대기업에 많이 취업하고” 있으며 “인턴은 쉽게 들어간다”라고 했다. 한씨는 “쉬운 것은 맞지만, 학부 때 많이 고생하는 단과대”라며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취업이 수월한 한편,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공대생들도 있었다. 진로에 대해 한씨는 “흔히 하는 요식업보다 전공과 관련 있는 전문분야가 생존 가능성이 있어서 전공 관련 분야로 창업하고 싶다”라고 했다. 김씨 또한 “창업이 꿈이다. 제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김씨는 “인턴을 해본 결과 이렇게 여생을 쭉 이런 식으로 일한다면 삶의 목적을 상실해갈 것 같다”라며 일의 높은 강도가 취업을 꺼리게 했다고 했다.
다재다능 공대생
공대생들은 그럼 공부만 할까? 면담자들은 공대생들이 실제로는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려줬다. 김씨는 관심 분야를 청강제도를 통해서 듣고 인문학 동아리의 세미나를 참석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공학 외 분야의 소양을 쌓고 있었다. 한씨는 경영학에 관심이 있어서 부전공한다고 했다. 배씨는 “2년간 학생회 활동을 했다”라며 “그곳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했다”라고 했다.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지만, ABEEK(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 Korea: 공학인증제도) 등으로 인해 제약되기도 했다. 한씨는 “공학인증교양으로 다채로운 수업이 열린다”라며 “기술제품 및 마케팅, 공학 회계 등 다른 학과들을 맛볼 수 있는 게 열리긴 하는데, 이렇게 강요하는 것보다 졸업이수학점을 낮추고 다른 학과 전공을 듣게 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인문학과 공대생
공대생들은 인문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정부에서 취업률을 기준으로 인문학 전공을 통폐합하고 정원을 줄이는 문제에 관해서 물어봤다. 한씨는 “좋은 방향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공학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씨는 “취업 잘 되는 게 대학의 이름이 높아지는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학생 입장에서는 인문학도 중요한데 정원을 줄이는 것은 안타깝다”라고 했다. 또한 “인문학 없이 공학이 발전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며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라고 상호연관성을 강조했다. 배씨는 “공학계열 입학정원을 늘리고 인문사회계열 입학정원을 줄이는 게 또 다른 경쟁만 부추길 뿐 취업률을 올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결국 정부가 할 일은 파이를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몇몇 공대생들의 학교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체감하는 학업의 부담이 컸다. 많은 전공 학점의 압박 속에서도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취업 뿐 아니라 활동가나 창업 등 다양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다. 인문학보다 공학을 선호하는 시점에 있는 지금, 면담자들은 상생을 추구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한국 기업 문화를 기피하는 공대생들을 보며, 그들의 의식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수 학생을 인터뷰했기 때문에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공대생들의 고충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글/홍찬 기자
hongsterulz@gmail.com
디자인/김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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