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자: <녹색당> 전국사무처 활동가 허승규 씨
관심사: 비례 민주주의, 생태
청년의 목소리
두리 대선이 청년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허 이건 너무 당연한 질문이죠.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과 연관이 있겠죠. 저는 연관 있는가라는 질문보다는 다 연관 있지만 누구의 목소리는 정치 과정에서 많이 반영되고 누구의 목소리는 소외되는지가 중요하죠. 저는 제가 속한 정당,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기존의 정치 영역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요.
예를 들어 강남의 경우 투표율이 높습니다. 그들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예민하다는 거예요. 반대로 청소년의 경우 투표권이 없죠. 그리고 청년들의 투표율이 낮습니다. 청년들이 잘못 했다는 게 아니라 지금의 선거제도와 선거의 내용이 청년들과 이해관계가 연결이 잘 안 되게끔 하는 구조가 있다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될수록 과대 대표(실제 유권자 수보다 잘 반영)되는 사람과 과소 대표(실제 유권자 수보다 잘못 반영)되는 계층의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에 저는 연관이 있다, 없다 보다는 연관이 있음에도 소외되는 사람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게끔 하는 그런 관점에서 정치와 대선과정을 지켜보고 있어요.
촛불의 경우도 기존의 제도 정치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거리로 나오는 것이에요. 국민이 직접 손으로 뽑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정치 행위가 유권자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촛불 수만 명이 나온 거니까요, 저는 이번 대선에서 그런 열망들이 잘 투영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뿐 아니라 여성, 장애인 등등 자기 영역에서 대선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리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 안 되는 이유가 청년 공약이 없어서인가요?
허 종합병원 식의 진단이 필요하죠. 한국의 교육제도라든지 경제구조라든지 수도권 지방 이런 모든 게 얽혔기 때문에. 우리가 스무 살이 되고 나서 혹은 의무교육을 졸업하고 나서 우리가 독립할 수 있느냐 했을 때 어렵잖아요. 제가 관심 가지는 것은 정치시스템이에요. 소외된 사람들, 청년뿐 아니라 그들이 대변될 수 있는 채널이 문제에요. 대선 주자의 공약 내용보다도 내용이 반영될 수 있는 프로세스, 절차를 더 공정하게 세팅할 것인가? 예를 들어 피선거권, 대통령 출마연령 제한은 정확한 근거가 없어요. 국회의원 출마 연령 제한은 만 25세입니다. 이 책자를 보고 있을 대다수 연세대학교 대학생들은 대부분 출마 못 합니다.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리 어떤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세요?
허 저는 두 가지를 꼽겠습니다. 방금 말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박근혜 이후의 체제는 사람만 바꾸는 것; 박근혜에서 문재인, 이재명, 안희정으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정치인을 뽑는 시스템이 지역구 중심의 소선거구이고 승자독식 시스템이에요. 이런 특징은 사표가 많이 발생하고 지역 예산을 잘 따오는 사람이 당선되는 구조에요. 이렇게 구성된 국회는 시민들, 여성들 청년들과 닮아있지 않아요. 대의민주주의가 잘되려면 시민과 그들을 대표하는 체제가 닮아야 해요. 300명 국회의원 중 농민이 1명이에요 0.3%죠. 실제로 농민이 0.3%입니까? 2030(20대와 30대)이 3명이에요 1%죠. 2030이 전 국민의 1%입니까?
지금 선거제도에서는 여성, 청년, 장애, 노동을 말할 사람들이 없는 구조에요. 30%, 40% 득표하면 40% 받은 사람이 당선돼요. 2008년, 2012년 선거결과를 보면, 이명박과 박근혜,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40% 남짓 득표했습니다. 국회의원 수는 다수를 해서 4대강 등 밀어붙인 거예요. 이 문제는 장애인, 노동자, 장애인 등 모든 계층에 해당하는 거예요.
하지만 국회의원이 시스템을 바꾸기 때문에 총선 직전에는 바꾸기 어렵습니다. 자기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2017년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촛불의 열망도 있고 대선도 있으므로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시스템부터 성찰해야 인물만 바뀌는 정치가 아니라 내용, 정책이 대표하는 정치가 될 것입니다. 유럽의 정치가 발달한 나라는 정당 중심의 비례대표 중심의 선거를 하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정책 경쟁으로 가고 무엇보다 이게 소수자에게 유리합니다.
▲제5회 지방선거 비례대표 투표지 (출처: Wikimedia Commons)
또 하나의 의제를 뽑자면 탈핵입니다. 2017년에 제가 속한 녹색당이 창당 5주년, 후쿠시마 사고 6주기가 됩니다. 탈핵과 에너지 전환이 같이 가야 합니다. 신규 핵 발전소 막는 싸움이 하나 있고, 다른 하나는 박근혜 이후의 모델을 실제로 보여주는 겁니다. 연대 동문 봉원사에 가면 7024 버스 종점에 태양광으로 앉아 쉴 수 있게끔 ‘솔라카페’를 만들었어요. 그런 식으로 대안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당장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전기소비 구조상 새로 지을 필요는 없어요. 신규핵발전소는 안되고 노후 핵발전소는 중단시켜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해서 30년을 바라보고 전환해야 합니다. 첫 단추는 이번 대선이라고 생각해요. 주된 의제로 저는 선거제도와 같은 정치시스템과 탈핵 에너지 전환 꼽겠습니다.
▲월성 원자력 발전소(출처: IAEA Imagebank, flickr)
장벽을 깨는 후보
두리 선호하는 대선 주자나 지지하는 시민?
허 저는 녹색당에 일하고 있으므로 제 마음속 1번은 녹색당 대선후보입니다. 녹색당에는 훌륭한 후보들이 많이 있는데요. 데뷔 전 조용필 같은 정당입니다. 녹색당에서 가장 선호하는 분은 전 공동운영위원장, 녹색연합에서 활동했고,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유진 당원입니다. 에너지 박사인 여성이고 존경하는 정치인입니다.
저는 차기 정부에서 개혁성을 중심으로 봅니다. 촛불에서 보셨듯이 기존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전환 욕구들이 있어요. 다음 대선은 보수 후보랑 정권교체 추구 후보랑 지지율 격차가 박빙이 아닐 거예요. 박빙이면 박근혜-문재인 구도처럼 저희 같은 사람들이 마지못해 민주당을 찍는 그런 게 있죠. 최악을 피해 차악을 뽑는 거죠. 이번 대선은 굉장히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눈치 보지 않고 차기 정부의 개혁성을 위해 완주하는 진보 후보를 지지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선하겠죠. 새누리당의 후보들 보면 짠합니다. 실제로 거기는 책임을 져야 하므로 지지율이 높을 수 없어요. 저는 완주하는 진보정당 후보에 투표하겠습니다. 그것이 차기 정부 개혁성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의당에 다른 진보 후보가 없고 심상정이 완주한다면, 또한 제가 생각한 선거제도 개혁, 탈핵 공약을 담보하면 지지할 의향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상해 보면, 현실적으로 보면 무소속이지만 진보정당과 단체들이 연합해 후보 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만약 이들이 후보를 낸다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이런 분들 나오면 당선 안 되더라도 소수자 이슈 부각할 수 있죠. 한진 중공업에서 투쟁하신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이런 분들이 무소속 나오면 지지할 의향이 있어요. 지금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인 그룹이 나뉘어 있어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시민사회에 많이 있죠. 이분들 열망이 10% 이상이라고 봅니다. 대선에는 그 사람들의 몫도 있어야 합니다.
야권의 유력주자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혁 성향이 뚜렷한 후보 지지해서 선거구도 역동적으로 만들어야 하죠. 최상의 시나리오는 민주당 후보가 1등이 되고, 녹색당 후보 또는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좀 더 담보할 수 있는 후보가(아무리 진보 후보라도 제가 지향하는 가치와 다르면 지지할 수 없지만) 보수 후보보다 표가 더 나오는건데요. 이번 대선은 예외적으로 1등, 2등을 야권에서 하고, 3, 4등을 보수 후보가 할 수 있어요. 저는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민주화를 위해 중대한 선거라고 봅니다. 한국 정치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는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정당도 기본적인 시민들의 기준을 반영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는 것을 알려주는 선거입니다. 보수답지 않은 보수정당은 보수답게 처절하게 성찰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두리 대선주자로서 이유진 씨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허 선호이유는 우리 녹색당 추구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이유진) 전 위원장은 오랫동안 녹색연합에서 생태 운동을 해오셨고 에너지 관련 전문가시죠.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경력을 쌓았어요. 그리고 여성입니다. 한국 정치에서 여성에 대한 제한의 벽이 높죠. 이유진 위원장은 삶에서 그런 다양한 정치 가능성을 몸소 보여줬다. 난점은 인지도에요. 그리고 녹색당이 약해서, 더불어민주당 같은 거대정당이 아니에요. 주자 개인의 단점이 아니라 지금의 정치제도가 소수정당이나 신진 세력에게 유리하지 않아요. 기탁금도 비싸고요.
두리 대선을 통해서 개헌 얘기도 나오는데, 만약 어떤 주자가 선거제도 개혁 공약을 들고나오면 지지하실 건가요?
허 제가 거론했던 분들은 제가 얘기한 것을 다 얘기할 것입니다. 문재인, 안희정, 혹은 유승민 등등 다른 분들도 탈핵, 선거제도 개혁하면, 당연히 좋지요. 그렇다고 바로 투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요, 지지와 투표는 다릅니다
청년의 정치 참여
두리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정치인들에게 알리는 방법?
허 정치의 기본은 협동이에요.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 없어요. 정치에 열망이 있거나 참여할 조금이라고 뜻이 있다면 팀을 꾸리는 겁니다. 공동체, 결사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관심 있는 대선주자 캠프에서 활동. 일상 정치활동 하면 본인 목소리 반영될 수 있습니다. 저는 녹색당원 2년이 되어갑니다. 정당이죠. 비슷한 뜻 가진 사람들이 모인 모임. 그런 조직에 자신이 들어가면 그런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다. 기존 정당 당원이 되어서 당내에 청년 정책 의제화되면, 길거리 집회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입시 교육을 보면, 함께하는 훈련들이 잘 안 되어있어요. 가장 큰 저항 방식은 뜻 맞는 사람 모으는 것입니다. 모임은 간단히 말해서 밥 먹는 것이에요. 학내에서 여성주의 운동하고 싶다면 여성주의 고민하는 친구와 밥부터 먹는 거예요. 아무리 비슷한 사람이라도 대화, 제안하면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그 과정을 견디고 이겨내야 정치가 구현되는 것이에요. 페이스북에서 기사 공유, 대통령 욕을 하는 에너지 반의반이라도 모임을 만들어서 함께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그게 정책, 의제가 됐든 자신이 정치에 발을 내리면 일상적인 참여가 가능합니다. 이 부분이 한국사회에서 과소평가 되어 있어요. 광장에 100만 모이는 것은 중앙 집중적 방식입니다. 일상정치는 광화문에 맨날 모일 수 없습니다. 박근혜 탄핵 같은 국가적 의제를 위해 모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연세대학교를 포함해서 자기가 속한 공간에서 온라인이든 참여하고 소통하고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면담자: <연세대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 양동민(경제학·14) 씨
관심사: 노동, 먹고사는 것
청년에게 불투명한 미래
두리 대선이 청년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양 당연히 연관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청년 실업률이 IMF 이후 가장 높은 시기입니다. 지속해서 높아져 왔어요. 공식적으로 통계에 잡히는 수치는 8~10%를 오가고 구직 포기한 사람을 합치면 체감 실업률 25~30% 될 거에요. 청년 실업도 심각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하고 저임금 문제도 심각하고 그래서 이런 청년들의 미래가 이만큼 불투명한 시기가 한국사회에 있었는지. 지난 세대는 ‘현재 살긴 어렵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더 나을 것이다’라는 희망을 품고 살았어요. 우리 세대는 처음으로 희망을 품기 힘든 세대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대선이 한국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인가? 정치권력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결정하는 중요한 행사인 만큼 청년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대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리 주로 관심 가지는 의제가 무엇인가요?
양 노동이라고 할 수도 있고 먹고사는 문제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두리 딴지를 걸어보면 연세대학교 학생에게 취업문제가 본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고임금, 고학력 노동자인데 비정규직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냐고 반문한다면?
양 ‘사회가 어려운 건 알겠지만 나는 연세대 나왔고 취업 안 되겠냐’ 이런 생각이죠. 저보다 취직 열심히 준비하시는 분이 더 좋은 답을 해주실 거에요. 예전보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훨씬 어려워요. 과거에는 원서를 어디에다 넣어도 붙여줬다고 해요. 지금은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서울대·고대·연대 출신 학생들이 줄을 서고 있어요. 대학 4년이 내부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끊임없는 달리기에요. 삶이 많이 종속된다는 게 즐겁지만은 않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으로 가는 비중이 작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반문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게 성공한 삶인가요? 수많은 사람이 죽어라고 달리기해서 조금이라도 레일에서 벗어나면 낙오된다는 불안감에 시달린 사회에서 가장 앞서서 달리는 사람도 승자라 할 수 있는가? 그렇게 앞서서 달려서 삼성에 들어갔다고 생각해보세요. 대기업에 들어갔다 했을 때 그렇게 삼성을 위해서 온 나의 삶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는 신입사원이 삼성이 단물 쪽쪽 빨아먹기 좋은 사람이에요. 너 말고 쓸 사람 많다는 것이죠. 여전히 대기업에 입사하더라도 경쟁의 연속 아닌가요. 삼성이 원하는 대로 톱니바퀴처럼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아닌가요?
두리 삼성이 몇 년 전 총장 추천 전형을 만들면서 대기업이 학교를 서열 지어서 경쟁을 유도하는 얘기도 있었죠.
양 삼성의 신입사원이 쓴 기사를 봤어요. 30대가 되기 전에 입사했다가 그만두면서 쓴 글이에요. 카드섹션 게임이란 게 있어요. 수많은 사람이 카드를 뒤집어 가면서 하는. 신입사원 연수 때 시켰대요. 안에 있으면 대단한 협동심의 결과, 애사심도 느껴지고. 그렇게 몇 년 동안 일하다 보니까 자기가 거대한 조직의 일부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거에요. 내 책상이 삼성의 아주 작은 부분이었구나.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오면서 밤낮없이 일하면서 돈은 많이 받죠. 그렇게 해서 얻고자 했던 나의 삶이라는 게 카드섹션 하나였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해요. 대기업에 들어갈 구멍이 있지만, 연세대 졸업생 중 많은 수는 그 구멍에 들어갈 수 없어요. 만약 승리해서 그 구멍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게 행복한 삶일까?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요.
주거의 불안정
두리 대선 공약이나 정책을 생각해보신 게 있나요?
양 하나는 부동산과 주거문제에요. 왜 노동주제로 나왔는데 부동산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아요. 103%. 모든 가구에 주택 하나씩 나눠줘도 남는다는 얘기에요. 현실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노숙으로 살고 있고 청년들은 집을 소유한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금수저가 아니면. 그러다 보니 매달 4~50만 원씩 하는 월세를 구해서 살고 취직해도 다르지 않죠. 신입사원 월급으로 집을 사려면 한 푼 안 쓰고 30년 걸린대요. 그래서 청년이 아닌 중장년으로 가는 긴 삶을 매월 4~50만 원씩 내고 살아요. 더 비싼 데도 있죠. 그런 돈을 집주인한테 내고 살아야 하는 건데 너무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해요. 왜 집주인은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4~50만 원씩 받고 나는 뼈 빠지게 일하면서 내야 하는지. 내가 당장 실업자가 되었을 때 굉장히 불안해져요. 집이라고 하는 게 기본적인 공공부조로 모두에게 저렴한 값, 혹은 무상으로 주거가 가능한 사회라고 한다면 어쩌다 실직되더라도 쫓겨나진 않을 거예요. 지금은 주거 사회안전망이 안 갖춰져 있다 보니 당장 다음 달에 나갈 수도 있는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살아야 해요.
그런 이유로 노동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저항할 수 없어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도 못하는 거예요. 그런 게 다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해요.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부조를 확대해야 하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면 결국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의 사유재산 일부를 침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의 생존권 보장 위해서요. 싱가포르는 토지 80%가 국가소유에요. 저리로 20년 장기간 싸게 대출해줘요. 오랫동안 살 수 있게 싼값에 살 수 있게. 우리나라도 일인이 몇백 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그게 왜 필요한가요? 다 투기용이죠. 다 수입용으로 소유하는 것이고 내가 살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집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해요. 국가가 규제해야 해요. 투자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1인이 3집, 4집 정도만 가지게 하고 그 이상은 국가가 몰수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합니다. 집을 사적 소유의 권한, 영역이라기보다는 기본적인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영역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해요. 국가의 영역을 키울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두리 이재명 시장도 비슷한 얘기 했죠. 국토보유세 내서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고요.
양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라든지 청년 문제라든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장 삶의 기본적인 생존권이 충족되려면 주거문제가 해결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살 수 있습니다. 이재명의 국토보유세는 찾아봤는데 기본소득은 전체한테는 30만 원, 30세 미만, 65세 이상에게 연 100만 원을 지급합니다. 솔직히 월 5~10만 원은 너무 적어서 별로 나눠주는 게 큰 실효성이 있을까 생각해요. 더 꽂힌 것은 무상 주거에요.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하는 것이죠. 이게 훨씬 더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노동소득의 증가
두리 다른 정책이 있나요?
양 GDP를 보면 자본소득, 노동소득으로 나뉘는데. 추상적인 차원에서 보면 노동소득 분배율이 올라가야 합니다. 자본소득을 노동소득으로 돌려야 하죠. 가계부채가 1,200조 넘었는데 이런 심각한 저임금으로 인한 저소비를 끊고 기업도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 힘든 상황을 타개하려면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어요.
한편 대기업은 수출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당장 노동소득이 줄어들고 내수가 줄어드는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아요. 근데 수출 대기업 중심 체제가 내국인들을 죽어 나가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저임금 이런 걸 견뎌야 하는 거예요. 수출 대기업들이 2008년 이후에 사내유보금이 이전의 2배 이상 축적되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할 데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러면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그대로 꿍쳐두고 있고 가계부채가 천문학적으로 쌓여가고 이런 상황이 옳은 거냐는 질문이 들어요. 당장 투자 안 할 거면 세금을 많이 매겨서 이 재원을 가지고 재정지출도 늘리면 돼요. 균형재정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공공부조도 확대하고, 공공부조를 함으로써 소득재분배 효과가 나는 거죠. 자본소득을 노동소득으로 이전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정리된 생각은 아닌데 이런 노동소득을 직접적인 임금상승을 충당할 경우에 중소기업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인데 그렇다고 한다면 자본 전체가 이런 부담을 져야 하는 거예요. 중소기업이 여력이 힘들다고 한다면 부담을 대기업이 더 많이 질 수 있게끔 하는 방식으로 짜야 합니다. 더는 대기업 퍼주기를 해서 투자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내수진작도 안되고 저임금으로 소득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이 덜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소득재분배 정책이 화끈하게 시행될 필요가 있어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아니라. 대기업과 싸워야 한다면 제대로 싸울 의지를 가진 정당, 후보가 나와야 하지 않나 싶어요.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붙은 취업 서포터즈 모집 현수막
재벌의 이익을 가져올 후보
두리 이런 과제들을 (대통령으로서) 가장 잘 시행할 시민이 있나요?
양 젊으면 좋겠어요. 총선 때 용혜인 노동당 후보가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었잖아요? 여러 가지 더욱더 급진적 개혁 정책을 들고 나왔어요. 지금 대선 주자 중에서는 이재명, 심상정 의원이 문재인, 안희정보다는 더 좋다고 생각해요. 심상정은 대선 공약을 못 봐서 모르겠어요. 이재명 후보가 국토보유세를 통한 기본소득 얘기를 하는 데 더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리 이 주자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재벌들과 각을 세워서 그들의 이익 일부를 침해하면서 그 이익을 가져올 사람이에요.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면 평범한 대부분 사람의 이익을 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평범한 노동자 서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겠다고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싸울 준비가 된 사람, 더 전투적인 사람이 필요해요. 이런 재벌 대기업과 맞결투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말 중에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어요. 그 말이 시사하는 바가 커요. 박근혜는 관치경제 스타일로 주도해서 창조 경제해서 재벌 돈 뜯어냈어요. 하지만 이런 정경유착이 사라지면, 정경분리가 되면 서민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의 후진 정경유착이 사라지고 정경분리가 되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는 거죠.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으면 재벌이 가장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조선일보, 매일경제도 이번 기회에 정부가 재벌에 준조세 성격의 세금을 매기는 일을 없애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죠. 정경유착 끊는 김에 세금도 낮추고 이런 얘기에요.
그런 방향의 정경분리는 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 경제는 긴밀하게 결합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어떤 방향의 정치를 하면서 개입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노동자, 서민을 위해 경제에 개입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월화수목금의 정치
두리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서 반영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면 좋을까요?
양 투표 날에 투표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에요. 청년들이 이런 게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쟁점화하고 의제화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그건 투표만으로 되는 게 아니죠. 일상으로의 정치활동이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이제 촛불집회에 사람들이 각자 이상한 깃발을 들고 오는데 긍정적 현상이라 생각해요. 사람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찾아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토요일의 정치가 아니라 월화수목금의 정치로 가야 하는 거죠. 일반적으로 시간이 있는 학생, 저녁이 보장된 일자리 청년들은 그런 모임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청년들은 어떤 정치활동의 장들을 지역적 모임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도 많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졸업해서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가는 비율이 8%만 되요. <경향신문> “부들부들 청년” 기사에 나왔죠. 8%가 아닌 사람은 전문대학 혹은 지방에 있는 대학에 가거나 군대에 바로 갑니다. 이런 청년들이 수적으로 더 많습니다. 이런 청년들은 눈이 높지 않기 때문에 취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일자리가 열악해요. 그런 청년들이 최근에 만도-헬라 일렉트로닉스 인천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었어요. 거기에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생겨서 창단식에 가니까 300명이 가입되어 있어요. 구호가 ‘일요일엔 쉬고 싶다’에요. 일요일에도 일하고 있는 거죠. 가보니까 다 제 나이 또래입니다.
두리 조명받는 것은 서울권 대학 청년들이군요.
양 청년들을 어떻게 정치 참여하게 할 거냐? 이것이 화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에요. 주야 맞교대로 12시간 일하면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해요. 노동자들이 정치활동에 참여하려면 노동조건의 개선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이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 가입하고 자신의 권리를 노동 삼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죠. 노동삼권 보장이 안 되니까 노동시간이 길고, 정치참여 기회가 박탈돼요. 정치 참여 기회가 박탈당하니까 정치의식을 가지기 어렵고. 이 굴레를 어디선가 끊어야 해요. 그러나 노동자에게 지역 정치 모임이나 정당 가입을 제안하면 잘 안 될 것 같아요. 일하느라 바쁘고 당장 내 문제로 와 닿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경제적 조건에 대해서 노동조합 활동이 첫 번째 열쇠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해요.
두리 대학생들은 정치에 참여하라고 하면 ‘공부하느라 바쁜데’라고 말할 수도 있죠.
양 저는 ‘공부하느라 바쁜데 정치할 시간이 없다’는 이 말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가 공부하느라 죽어라고 바쁘게 살아야 하나요? 요즘 중도에서 공부하다 보면 24시간 열람실에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아요. 하루도 빠짐없이 3분의 2 이상은 앉아 계세요. 참 그렇게 n포세대란 말이 나올 만큼 다른 삶의 것들을 포기해가면서 공부하기도 바쁜데, 왜 우리가 이렇게 바빠야 하지 불만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분노하라는 말은 기성세대가 많이 하는 말이니까 반발심 드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미래를 살아갈 사람은 우리입니다. 미래에 어떤 사회를 만들 거냐, 그 답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고민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나라도 살기 위해서 죽으라고 달리는 시대인데 그런 레이스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지금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다면 승자도 패자도 불행하다고 생각해요.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것이 정치이고, 그런 정치를 나의 삶과 연결해서 항상 고민하고 답을 함께 찾아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글, 디자인/홍찬 기자
hongsterul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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