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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두리> 과월호 다시보기/17호 - 2017년 3월

[스포트라이트] 상경대 학생회에는 무슨 일이?

 

2016년 11월, 상경경영대(이하 상대) 학생회 선거를 며칠 앞두고 논란이 일었다. 익명의 대자보는 선거시행세칙 개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53대 상대 운영위원회(이하 상운위)의 선거시행세칙 개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세칙이 개정되어 휴학생도 선거에 후보자로서 출마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특정 인물이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선거시행세칙을 졸속으로 개정했다는 것이다. 선거의 당사자가 선거의 규칙을 직접 바꾸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일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에브리타임이나 페이스북 등의 커뮤니티에는 상대대 학생회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54대 학생회 선거 자체를 ‘부정선거’라 부르는 목소리도 있었다. 바로 다음 날 상경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세칙이 개정된 2차 임시 상운위의 안건지와 속기록이 공개되었다. 하지만 그 전에 있던 정기 회의와 1차 임시 상운위의 속기록은 공개되지 않은 채로 남아 학생들에게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상대 학생회 선거에는 선본 ‘경청’이 단독 출마했지만, 정책 자료집이 제때 제작되지 않는 등 선거가 허술하게 진행된 점도 문제가 제기되었다. 두 가지 일이 겹치면서, 상대 학생회 선거는 17.46%라는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했다. 결국, 상대 학생회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었다.

상대 비대위는 제54대 상대 학생회 선거 무산이 ‘학생회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선거시행세칙 개정과 선거 과정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이렇게 모든 일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 학생회에 비판적 태도를 가진 학생들이 남아 있고, ‘그 일은 그냥 묻혔나 보다’라며 부정적 시선만 가진 채로 등을 돌린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학생사회가 계속 건전하게 발전하는 데 필요하다.


 

▲대자보가 붙은 후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제보들

 

▲당시 붙었던 대자보

 

갑작스러운 개정, 피할 수 없는 의심


2016년 10월 30일 2차 임시 상운위에서 선거시행세칙은 개정되었다. 개정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휴학생의 선거권, 피선거권을 보장한다.
2) 선거시행세칙 개정 이후 즉시 효력이 발휘된다.
3) 선거기간 중 선거시행세칙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임시상운위를 소집하여 논한다.

개정 이전 선거시행세칙에서는 학생회 선거의 출마자 조건을 ‘3학기 이상 등록을 필한 선거권(투표권)을 가진 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휴학생은 선거권을 가질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개정 전에는 재학 중이면서 3학기 이상 학교에 다닌 사람만이 출마할 수 있던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 예를 들자면, 선거 당시 재학 중이기만 하면 한 학기까지는 휴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학년 1학기까지 학교에 다니고 2학년 2학기에 휴학을 한 학생은 3학기 이상 학교를 다녔으나, 현재 휴학생이라 선거권이 없으므로 출마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개정 이후에는 따로 신청을 하면 휴학생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출마할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 중에서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1번 조항이었다.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당시 상운위원 중에 휴학생들이 여럿 있었고, 따라서 그들은 세칙이 개정됨과 동시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본 정후보로 출마하려던 경영3반 회장이 휴학생 신분인 경영5반 회장을 부후보로 출마할 수 있게 하려고 선거시행세칙을 졸속 개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가열되었다. 결과적으로 경영5반 회장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고, 휴학생 중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신청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여론은 전 선거에 비해 훨씬 낮아진 투표율로 답했다.

선거시행세칙이 다소 급박하게 개정된 것은 사실이다. 선거 공고를 일주일 가량 남겨둔 상태에서 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상운위에서 계속 논의되지 않다가, 마지막 정기 상운위도 아무 말 없이 넘어간 이후 그 날 밤 상운위 단체카톡방에서 개정의 필요성이 언급되었다는 정황도 학생들의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세칙 개정이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정에 영향을 받게 될 학생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온 것이다.

지난 2월 7일 있었던 제5차 상운위에서는 이와 관련된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질의응답 대상자인 전 상운위원들은 마지막 정기 상운위에서 이를 논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기존에 휴학생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개정이 진행된 배경은?


제5차 상운위에서 전 상운위원들이 한 말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이전에 선거시행세칙에서 출마자 자격을 ‘4학기 이상 등록을 필한 선거권을 가진 자’에서 ‘3학기 이상 등록을 필한 선거권을 가진 자’로 바꾸었는데, 이는 한 학기를 휴학한 학생을 배려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휴학생은 선거권을 가지지 않으므로, 이 조항은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상운위원들 사이에 공유되었다고 한다. 즉, 2학년 2학기 이전에는 언제 휴학을 했든지 상관없이 출마가 가능한데, 2학년 2학기에 휴학을 했다고 해서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25일 상운위 단체카톡방에서 경영3반 전 회장 나현준(경영학·15) 씨가 이 필요성을 처음 언급하였고, 다른 상운위원들은 이에 공감했다. 다만, 경제6반 전 회장은 ‘개정으로 인해 이득을 볼 수 있는 상운위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후 논의를 통해 임시상운위를 열고 개정에 대해 더 많은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졸속’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는가


사실 선거시행세칙 개정 절차상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비판을 제기한 학생들이 말하는 것은 개정 과정이 졸속이라는 것이다. 중대한 개정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으며, 공개된 안건지에 나온 나 씨의 개정 관련 발제문도 틀린 부분이 많아 엉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타 단과대에서는 휴학생의 선거권을 보장하기도 한다며 든 예시에 몇 군데 잘못된 부분이 있어 지적을 받았다. 나 씨는 이에 관해 모든 단과대의 선거시행세칙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잘못된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며 사과했다.

 

소통의 부재, 뒤따르는 의혹

선거시행세칙 개정 방향 자체는 더 많은 학생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상운위원들이 언급했듯이, ‘기존의 권리를 막는 것이 아니라 없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자보가 붙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조항용(경영학·13) 씨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어떤 과정으로 선거시행세칙이 개정되었는지 자세한 설명이 없다가, 논란이 생기니까 그제야 해명하고 속기를 올리는 등의 행동이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상경대 학생회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이와 관련해서 학생들 사이에 학생회에 대한 나쁜 인상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이는 투표를 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만약 이런 내용의 선거시행세칙 개정이 더 많은 시간을 두고 이루어졌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고도 답했다.

제53대 상경대 학생회의 소통 부재는 오래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임기 내내 제53대 상경대 학생회는 상운위의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회계 내용도 공개하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제53대 상대 학생회 집행부원을 역임한 현 상대 부비대위원장 김현수(경영학·15) 씨는 11월 7일 학생들의 의혹과 관련하여 제53대 상대 학생회장 김창균(경영학·14) 씨에게 처음 문제를 제기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선거시행세칙 개정과 학생회비 사용 내용 공개에 관련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12월 21일 연석회의까지 제53대 학생회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연석회의에서야 제53대 상대 회장은 속기록을 만들었고, 전체 학생회비 사용 내역도 있으나 공개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이후에도 선거시행세칙 개정이 의결된 임시 2차 상운위의 속기록만 뒤늦게 공개되고, 1차 상운위의 속기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비판이 일자 상경대 학생회는 임시 1차 상운위의 속기록도 공개했지만 녹음 파일을 잃어버린 관계로 전반부 속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반만 완성된 속기록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15학번 학생은 ‘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세칙이 개정되었다는 것도 미심쩍게 여겨졌다’며, ‘얼렁뚱땅 해치운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상대 학생회 선거 무산 공고

 

하나부터 열까지 허술한 선거


제54대 상대 학생회 선거 과정이 허술했던 것 역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선거 무산 이후 제54대 상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선본 ‘경청’의 정책자료집과 포스터를 제작하지 않았고, 선본 옷 색상과 관련한 사항을 선본에 전달하지 않는 등, 선거 진행에 문제가 있던 것이다. 이 외에 성인지 교육 장소를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시행세칙 협의회를 연서기간 동안 한 차례만 여는 등 다른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총여학생회 투표구를 운영하는 데도 문제가 있었다. 투표함은 1차, 2차, 3차 이렇게 세 번에 걸쳐 봉인되어야 하는데, 상대 투표함은 1차 봉인을 하지 않았으며, 투표용지 중 잘못된 기표 용구로 투표한 용지가 발견되었다. 또한 선거프로그램 로그인 실수로 인해 37표의 표가 오차로 분류되었다. 선관위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표소가 축소 운영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크고 작은 실수가 잇따른 셈이다. 정책자료집과 포스터를 제작하지 않은 것은 ‘당시 선거비를 관리하던 학우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 이 ‘선거비를 관리하던 학우’가 제53대 상대 학생회장 김 씨로 밝혀져 또 한 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영학과 재학 중인 조 씨는 ‘투표율이 낮았던 것에는 선거 진행에서 발생한 문제도 한몫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뢰는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


상대 비대위원장 주대영(경제학·11) 씨는 ‘선거 무산을 학생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으로 생각해 그 이전에 있었던 일들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파악된 사실관계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이는 상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단과대에서 운영위원회 속기록이나 안건지 등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공개하더라도 학생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싸이월드 클럽 등에 게시하고 있다. 결국,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생회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학생회는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학생들 또한 학생회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항상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현수 씨는 ‘학생회를 향한 학우 여러분들의 관심과 비판은 학생회가 성장하는 데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제53대 상대 학생회가 해명을 내놓게 된 배경에는 학생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다.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과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회가 함께 할 때, 학생 사회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글, 디자인/이린 기자
springoflif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