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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두리> 과월호 다시보기/12호 - 2016년 6월

[기획] 다모토리란 무엇인가?


<다모토리에 대한 연구, 다모토리5 중심으로>


들어가며


“혼자만 음악을 즐기는 것과 다른 사람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즐겁겠습니까?”

 (맹자,『맹자』, 홍익출판사, 1999)


『맹자 양혜왕 하 2-1』(위와 동일)에서 맹자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이 더 즐거움을 논한다. 이  연구에서 논할 다모토리의 본질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음악과 음식은 함께 할 때 즐겁다. 다모토리는 신촌 대학생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곡 신청 시스템으로 묶어 문화적인 체험으로  승화시켰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다모토리라는 장소에서 수십 년 동안 음악과 음식을 공유해왔다. 그 공유의 기억이 사람들을 또 찾아가게 한다. 그 공유의 기억이 ‘신촌’, ‘연세대학교’, ‘학생’의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를 형성한다. 마치 수억 년의 DNA가 인간의 일부를 형성하듯이 말이다.




다모토리의 역사


연세대학교 학생을 붙잡고 물어보면 두 명 중 하나는 다모토리에 가봤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다모토리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에게 일종의 고향으로 작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80년대 학번 선배들에게 다모토리가 똑같이 고향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이는  다모토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다모토리는 30년 전 신촌 1호점으로 처음 생겼다. 그 당시는 LP와 CD를 트는 가요 주점이었다. 다모토리의 메뉴판은 역사를 담고 있다.


“바야흐로 1986년.. 1호점으로 시작했다.

병맥주와 아날로그 음악이라는 불변의 코드는,

어떤 이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추억 그 자체가 되어왔다.

각자의 추억이 녹아있는 음악들, 우리는 그것들을 매개로 가게와 손님, 손님과 손님이 하나가 되어 서로의 감성을 음악이란 형태의 이야기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꿔왔다. 병맥주 1000원을 시작으로 오늘 처음 본 사람들과도 흥겹게 술잔을 기울이며 떼 창으로 하나 되는 이곳을 우리들은 ‘다모토리’라고 칭한다...“

(출처: 다모토리 5호점 메뉴판 2016. 05. 18)

 

메뉴판을 보면 현재와 같은 점은 음악을 떼 창 함으로써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점은 아날로그 음악에서 새로운 음악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특히 떼 창이라는 부분은 동일하지만 서로 춤을 추며 어울리는 부분은 진화한 부분이다. 중요한 점은 변화하는 신촌 공간에서 30년 넘게 살아남으면서 서로  다른  세대를 이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 공간에 대한 추억은 다모토리라는 이름을 통해 1호점부터 6호점까지 연결고리를 갖게 되며 서로 다른 음악을  틀더라도 단절되지 않고 축적되면서 동일한 전통을 이어나가게 된다.



머물며: 다모토리 관찰-체험기


주말에 9시 이후에 가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계단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보며 서 있다. 입장 전에는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중 문 사이로 들리는 비트와 어렴풋이 보이는 춤추는 인파의 실루엣은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입장할 때는 나무로 된 문 두 개를 통과한다. 소음을 막기 위해있지만 잠수함이나 해저로 들어가는 문 같다. 안은 어둡다. 노란색 희미한 빛의 조명이다. 웨이터는 입구 왼쪽의 벽 좌석 바로 앞을 가리킨다. 관찰하기에는 적절하나 체험하기에는 동떨어진 자리다. 기다리는 동안 춤을 춰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들어가지만 흘러나오는 음악은 10cm와 박효신의 “눈의 꽃”이다. 강렬한 비트의 댄스 음악과 잔잔한 발라드를 섞는 곡 선택은 초반부터 지치지 않게 해준다. 소주밤과 마른안주를 시키고 약간 변두리 석에 앉아서 관찰하기 시작한다. 소주밤과 마른안주는 미리 만들어져서 바로 나온다. 잔잔한 곡은 떼 창으로 앞뒤 옆 사람들이 부르고 있다. 곧 “사랑한다 연세”, “민족의 아리아”, “바위처럼”, “그대에게”가 연달아 흘러나온다. 몇몇 그룹은 어깨동무하고 응원가를 부른다. 더 많은 사람이 “바위처럼” 안무를 하고 구호를 넣는다.



▲ '같이 으…응원 해야하나' 망설이는 취재 기자



▲ 우아아…아!


한 시간 동안 관찰한 후 동료를 따라 계단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합석을 한다. 자리는 입구 오른쪽 창가 자리인데 그 자리를 포함해서 4-5미터 정도가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전반부 관찰 후 체험을 할 수 있다. 일어서서 모르는 사람들과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나는 변두리에서 춤을 추며 계속 춤을 추는 사람들을 의식한다. ‘나는 잘 추고 있나?‘, ’이 사람은 여기 직원인가?’. 때로 직원들도 같이 춤을 추기 때문이다. 중간에 합석한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합석하자마자 춤을 추고 나서 합석을 한 후 자기 소개를 하는 것이다. 1시간 춤을 춘 후 같이 춤을 춘 사람이 나이를 물어온다. 주변 사람들도 같이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대답 한 후 서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다. 먼저 같이 춤을 춘 후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다모토리의  특이점 - 곡  신청을  중심으로


다모토리의 특이점은 음악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법은 카운터 옆의 메모지에  신청곡을 적고 건네는 것인데 반영이 모두 되는 경우는 드물고 세 곡 중 한 곡 정도 재생된다. 단순하게 보이는 시스템이지만 이것은 손님과 가게, 그리고 손님과 손님 사이에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즉 음악 신청-선별-재생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손님의 취향이 가게의 운영에 반영되고 다시 손님은 비슷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수렴한다. 일단 가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공감할 만 한 신청곡을 틀게 된다. 음악이 재생되면 몸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춤을 추고 곡을 알고 부르고 싶은 이들은 부르기 때문에 음악 신청은 이 같은 연쇄 작용을 낳고 서로의  취향에 영향을 주어 특정 장르나 시대의 노래에 수렴된다.


물론 가게에서는 신청곡의 추이를 보고 손님들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손님들이 직접 선곡에 참여해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체험을 제공할 수 있기에 다른 가게와 차이가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래를 공유함으로써 자기 표현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춤에 맞는 음악을 신청하여 종합 예술적 무대를 만들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다모토리의 곡 신청 문화는 단순히 음악 선곡 뿐 아니라 춤과 손님의  수렴 현상으로  이어지는 등 역동적인 문화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모토리의 소주밤과 마른안주 


돌아보기


신촌 거리를 걸으면 서로 모르는 사람과 길을 지나치면서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노래를 부르거나 기타를 치면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들을 수 있다. 이렇듯 음악은 타인끼리 잠깐이라도 이어준다. 사람과 사람들은 현재 신촌 버스킹 거리에서 매일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사람을 음악으로 이어주는 곳이 바로 다모토리이다.


다모토리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줄을 서서라도 일부러 오는 집이다. 좁다면 좁고 넓다면 넓은 곳에서 타인 혹은 친구 무리끼리 술잔을 기울이고 음악을 듣고 춤을 춘다. 이러한 다모토리만의 문화가 어디서 왔는지는 해석이 갈릴 수 있지만 이대, 홍대, 연대 등 대학들이 밀집되어 있고 대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 신촌이라는 공간의 역사와 연관되어 있다. 

과거 학생문화는 민중가요 등 노래를 부르며 서로의 결속을 다지는 운동 중심의 문화가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중에 떼창과 율동이 그 효과를 배가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이런 학생문화는 신촌에 집회 및 각종 모임을 통해 퍼졌다. 각 학교의 독특한 학생문화와 응원문화가 더해지면서 신촌이라는 공간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이념적, 세대별 정체성을 표현하는 장소가 됐다. 

하지만 대학 문화가 변하면서 신촌의 문화적 지형도 변했다. 더는 대학생들은 자신의 학교와 세대별 정체성 외에 어떤 이념적 지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학교라는 정체성도 응원문화를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지금의 다모토리는 이념적, 세대별 정체성을 표현하는 장소가 아니다. 여기 모이는 학생들은(물론 다모토리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학생은 아니지만, 논의의 집중을 위해서 신촌의 대학생들을 다룬다.) 자신과 비슷한 나잇대와 공감할 수 있는 경험(대학, 신촌)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러 온다. 클럽이 없는 신촌의 특성상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신촌이라는 공간에서 왔다는 공통적인 안전망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다모토리를 개방성과 폐쇄성을 동시에 가진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개방성이란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춤을 추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고 폐쇄성은 서로가 신촌 지역의 대학생일 것이라는 기대이다. 연대, 고대(고대의 경우 연대와 연고전 등을 통해 일종의 자매학교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신촌이라는 공간에 있지 않지만, 서로의 문화에 영향을 주고 신촌의 공간에 편입된 일종의 확장된 신촌이라고 볼 수 있다), 이대의 응원가를 부르며 그들은 서로의 대학생 됨과 공유하는 문화(과거 학생문화로부터 내려오는 공동체 문화)를 확인한다. 이것은 "바위처럼"이라는 민중가요를 부름으로써 과거 학생문화를 향유하는 모든 세대에게 확장된다. 개방성과 폐쇄성의 틈바구니에 과거 대학과 대학을 이념으로 묶어주던 학생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나가며


인간에게 DNA는 자신의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역사를 담고 있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창구가 되기도 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힌트를 담기도 한다. 다모토리는 신촌에게 DNA와 같다. 과거 아날로그 세대에게 휴식과 공감의 공간을 줬던 다모토리는 현재 디지털 세대에게 열정과 안전한 개방성을 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과거의 대학문화와 현재의 음악을 결합하여 창출한 공간이 신촌의 대학생뿐 아니라 청년 세대에게 휴식이 되고 있다. 미래를 감히 내다보자면 이미 다모토리를 방문하고 있는 교환학생을 포함한 다양한 언어적 배경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들로 음악이 채워지고, 음악 외에 영화나 영상들로도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홍찬 기자 hongsterulz@gmail.com

이지수 기자 jisoo.kelly.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