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학생,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좀만 참고 대학 가서 다 해라.’라고 말이다.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우리는 인생의 3년을 혹은 좀 더 긴 시간을 미래를 (구체적으로 대학을) 위해서 투자했다. 그리고 지금 연세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웬걸 이젠 모두가 다 알아 버렸다. 대학 가면 모든 것이 다 술술 풀릴 줄 알았는데,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뛰어놀고 싶었던 그 순간순간을 참으며 온 대학에서 그 한을 풀려고 했는데, 운동하기가 참 어렵다. 운동할 수 있는 공간조차 맘 놓고 빌릴 수가 없다. 저렇게 번듯한 체육관이 지어져 있는데, 그것은 모든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체대를 위한 건물이라는 이유였다.
운동은 어디서 하라고
총동아리 연합 소속의 중앙 동아리 중 몇몇 동아리는 체육시설 대관 문제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체육 활동을 위해 마련된 공간인 체육관과 스포츠 과학관을 체육 동아리들이 대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총동아리 연합회(이하 총동연) 소속 ‘체육분과 준비위원장’을 맡은 실전 무술 동아리 <싸울아비> 회장 이지훈(기계·15) 씨는 공간 대관 문제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싸울아비>는 무술을 연마하는 동아리의 특성상 행동이 크고 부상 우려가 있어서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학교 내 마련된 체육 시설을 빌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씨는 주 4회의 연습 중, “신촌에서 진행되는 2회의 연습은 푸른샘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저녁 황금 시간대의 푸른샘은 1초 차이로 희비가 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예약에 실패한 경우, “대강당 2층의 복도에서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강당 2층은 개방된 공간일뿐만 아니라 대리석 바닥이라 부상의 우려도 있다. 또한, 소음 문제로 말미암은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 대강당 2층 복도가 이들의 연습장소다.
중앙 택견 동아리 <하나사이>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연습을 진행하려고 태권도장 대여를 문의했으나, 체대 태권도 동아리가 쓰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어 <하나사이> 역시 대강당 2층에서 매트를 깔고 연습을 하는 상황이다. <하나사이> 회장 조성훈(경영·12) 씨는 “많게는 일주일에 5번 이뤄지는 연습이 대부분 대강당 2층에서 진행되고 있다.”라며, “넘어질 때 큰 부상이 우려되어 제대로 연습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과거 스포츠 과학관의 지하에 위치한 “태권도장을 방문했을 때,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분명히 존재했다.”라며 그러나 체대 측에서는 “체대 소속 태권도 동아리에서 사용하는 공간이기에 빌려줄 수 없다.”라는 이야기만 반복했다고 언급했다. 조 씨는 “체대 동아리에서 우선권을 갖는 공간이라 하더라도 공간을 사용하지 않는 잠시간의 시간이나마 공유할 수 있다면 동아리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중앙 탁구 동아리 <임팩트>에서는 지난 2년간 8개 대학 연합 탁구 대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이야기했다. 회장 한규성 씨(스포츠레저학·13)는 지난 탁구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학교에 체육관 대여를 문의했으나, “토요일 오전에는 세브란스 농구팀이 정기적으로 대관하기 때문에 빌려줄 수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기존에 계속 빌려 왔기 때문에 우선권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탁구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학교에 문의할 때마다 거부당해, “2년 전에는 연세대학교 탁구 동아리가 주최하는 대회를 ‘서강대학교’에서 대관료를 지불하고 개최했으며, 작년에는 외부 탁구장에서 유료 대관을 하고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임팩트>의 공간 문제는 다소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정기 연습에 평균적으로 25명이 출석한다. 그러나 <임팩트>에게 주어진 좁은 공간 때문에 동시에 탁구를 연습할 수 있는 회원은 5명에 불과했다. 산술적으로 각 회원은 2시간의 연습 시간 동안 고작 15분을 연습할 수 있을 뿐이다.
대관 신청에 대한 의문점
실내 체육 시설을 대여하는 것에 대한 의문점은 몇 가지로 좁힐 수 있었다. 첫째, 공간 대관 신청을 오프라인으로만 받는다는 점. 둘째, 대관 신청은 대개 같은 이유로 거부된다는 것. 셋째, 예약에 특혜와 우선권을 갖는 동아리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먼저, 공간 대관을 오프라인으로만 받는다는 점이다. 연세대학교에서는 공간 대관을 위한 자체 시스템으로 ‘Space Yonsei’(http://space.yonsei.ac.kr)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존재함에도 체육관, 체육 교육관, 스포츠 과학관을 대관하는 것은 ‘교양체육실’을 직접 방문하는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총동연 체육분과 소속 동아리들은 대체로 “왜 오프라인으로만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시스템이 있음에도 오프라인으로 신청을 받는 것을 고수한다는 것은 체계적이지 않으면서도, 시스템의 대전제를 훼손하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어렵사리 대관 신청을 하더라도 대관 신청은 대개 거부된다. 대부분 그 이유는 ‘우선권이 있는 동아리가 있다.’라거나 ‘이 공간은 특정 동아리를 위한 공간이라 빌려줄 수 없다.’ 혹은 ‘체대가 우선권이 있다.’라는 것이었다. 탁구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문의했던 <임팩트>, 정기 연습을 위해 공간 대관을 문의했던 <하나사이>, <싸울아비> 모두 위의 사유로 대관 신청이 거부되었다. 문제는 그 공간을 사용하는 동아리가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가 있음에도 그 공간을 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학내의 공간 대부분은 타임 쉐어링을 통해 활용성을 높이는 추세인데, 동아리 전용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간의 활용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체대 동아리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다면 공간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한해서라도 공유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대안도 가능할 것이다. <하나사이> 측에서는 “그 공간을 항상 쓰지 않더라도 가끔만 쓸 수 있더라도 동아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특히 의문스러운 것은 세브란스 농구팀이 정기적으로 대관을 해왔기 때문에 대관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발언을 다시 읽으면 결국, 애초에 먼저 쓰던 동아리가 계속 우선권을 가지며 다른 동아리에 대한 대여를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이와 같은 원칙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다.
마지막으로 예약 신청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실내 체육 시설 대여를 담당하는 교양 체육실에서는 각 동아리들에 “1주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니, 예약 1주 전에 방문하라.”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정작 1주 전에 방문한 교양 체육실에서는 “이미 예약이 다 찼다.”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4주에 해당하는 예약이 미리 다 완료된 상황이었다. 현실적으로 제시된 유일한 방법마저 우선권이라는 진입 장벽으로 막혀 있었다. 예약한 동아리는 체대 소속의 동아리였다. <임팩트> 회장 한규성 씨는 과거에 정말 어렵게 대관을 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관을 해야 하는 날짜보다 한 달을 먼저 방문해서 계속 이야기했고, 총 4번 정도 방문을 해서 간신히 허락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교양체육실의 입장
체육관 대관 신청을 담당하는 교양체육실에서는 절대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들며 “모두에게 대관을 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는 입장을 표했다. “100여 개가 넘는 대학원 연구실 등 수많은 곳에서 체육 대회를 개최”하고자 하고, “중앙‧단과대‧일반 동아리들이 모두 빌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한다. 특히 “임용고시 실기시험을 치르는 것조차도 힘겨운 상황”에서 동아리 모두를 만족할 수 있게 대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 야외 농구장이 철거되어 교내에 농구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은 스포츠 과학관 구기장이 유일해졌다. 기존에도 적었던 공간 부족 문제는 이 때문에 더욱 심각해졌다. 여기에 추가로 운영상의 문제도 겹쳤다. 타임 쉐어링 제도로 운영되던 유도장과 검도장의 “기물이 파손되거나 분실되는 일이 발생하였으며, 이를 보수하기 위해 해당 체육 동아리에서 회비로 해결했다.”라고 한다. 이 때문에 기존의 타임쉐어링 제도가 폐지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체육 계열 학생들의 등록금에 포함된 실습비는 “체육 시설을 대여하기 위한 비용을 포함”하므로 공간 사용의 정당성을 이야기했다. 체육계열 학생들은 이론과 실습이 병행되기 때문에 체대의 실습비는 체육관을 사용하는 비용과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체육 계열 학생의 등록금은 411만 2천 원으로 상경대학의 등록금, 356만 4천 원보다 60만 원 가량 비쌌다.
오프라인으로만 대관 신청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수업의 특성”이라고 답했다. 수업준비를 위해 강사들은 하루 전에 대관 신청을 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수업 일정이 조정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대관 신청의 온라인화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대관 신청을 받았는데 갑작스럽게 수업으로 대관이 취소되면 동아리나 수업 모두 차질이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다. 세브란스 농구팀에 대한 질문에는 “세브란스도 연세 구성원”이기에 “(체육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교양체육실은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공간 대여 기준에 대해 체육교육학과장과 상의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학생회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접촉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풀지 못한 숙제
학교 역시 체육 공간의 절대적 부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공간의 부족이 원인이지, 대여 불가의 이유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체육 공간이 부족하면 그 부족한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최대한 많은 학생을 만족시킬 방법일 것이다.
따라서 타임 쉐어링의 필요성이 주목받는데, 기존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재자가 필요할 것이다. 학교 측과 학생 단체 사이에서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또한 그 문제 해결을 강제할 수 있는 학생회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수업의 특성을 이유로 오프라인 신청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학생들이 자치 활동을 하는 시간은 대개 수업이 끝난 이후의 시간일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수업을 위한 이유로 신청이 거부될 가능성도 적을 것이다.
대관의 허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역시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명시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관행에 의존해 대관을 허락하고 거부하게 되면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거부의 사유가 명확하지 않기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바, 신청 기간과 대관 허가의 기준 등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필요하다. 세브란스 농구팀은 대관이 가능한데, 학생은 왜 대관이 불가한지 등의 이유를 타당하게 설명해줄 기준이 필요하다.
시설 사용 비용과 정당성에 관한 문제에 대해, 교내 수영장의 사례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체육 시설을 이용하고 이 비용은 체육관 유지 보수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내 체육 시설만의 문제?
연세대학교의 공간 문제는 비단 체육 시설만의 것이 아니다. 학생회관 지하에 입주한 동아리들은 야구장 컨테이너에서 오랜 시간 동아리 활동을 해야 했다. (연세두리 6호 참고) 최근 스트릿 댄스 동아리 <HARIE>는 연습 공간 부족으로 백양누리 기념품 판매점 옆 공간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하지만 통행과 보행자의 안전을 이유로 KT텔레캅 직원의 제재를 받았으며, 현재 조명이 들어오지 않는 금호아트홀 앞 공간에서만 연습을 허가받았다. <HARIE> 부원 최세리 (아동가족 13)씨는 <연세두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두리: <HARIE>의 공연 연습은 주로 어디서 진행 되나요?
최세리: 백양로 지하 스타벅스 옆 빈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그나마 조명도 켜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루스 채플의 거울처럼 비치는 유리 앞에서도 연습합니다. 다른 동아리에 민폐인 것은 알지만, 대강당 복도와 학생회관 4층 학생회의실 1번에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리: 백양누리 지하에서 연습 도중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최세리: 백양누리 지하 기념품 판매점 앞의 넓은 공터에서 유리를 바라보고 연습을 종종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KT텔레캅 직원이) 이를 제재했습니다. 금호 아트홀 앞 공간은 사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조명은 이용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두리: 공간 문제에 대해 평소 느끼는 점이 있나요?
최세리: 공연 동아리들의 연습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24시간 사용 가능한 연습 공간도 없습니다. 다른 학교의 경우, 평소에 연습을 할 공간이 충분하고 새벽에 연습을 할 장소도 있어서 연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유달리 우리학교는 공연 동아리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한편, 소음과 관련한 민원이 발생하는 풍물 동아리 역시 이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풍물 연습을 진행할 풍물실은 좁고 한 곳에 불과해 많은 풍물 동아리가 연습하기 위해서 결국 대우관 지하 주차장 혹은 동아리 방에서 연습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동아리들인 중앙 동아리도 공간 문제를 겪고 있는데, 단과대 동아리 혹은 공식 단체로 등록되지 않은 동아리들이 겪는 문제는 더 클 것이라고 예상된다. 회의를 위해 강의실을 빌리기 위해 대관 신청을 하더라도 소속 단과대 학생이 아니라 불가하다는 대답을 듣기도 하고, 체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실내 체육 시설 대관이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도 학생들은 열악함과 싸우고 있다. 전반적으로 공간을 관리하는 주체가 없고 명시된 기준이 없기에, 단과대마다 다른 기준으로 혼란을 겪고 심지어는 대관의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 중요성을 인지하고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 학교와 학생회 학생 여러 주체 모두가 공간 문제의 해결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종현 기자 green198800@yonsei.ac.kr
이린 기자 springoflife@yonsei.ac.kr
홍찬 기자 hongsterul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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